백혈병 투병의 과정을 함께 한 히크만 카테터를 떼다
요 며칠 나는 습관처럼 오른쪽 가슴께를 만져보게 된다. 가끔은 새집 속 아이가 잘 있나 들여다보는 어미 새처럼 윗옷을 들춰 두 눈으로 확인하기도 한다. 이제 정말 내 가슴엔 기다란 줄도, 하얀색 반창고도 붙어 있지 않다. 평평하고 밋밋한 가슴께의 감촉이 아직도 신기하고 믿기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발병 소식에 슬퍼하고 놀랄 틈도 주지 않은 채 진행된 급박한 치료 일정은 당시 내 넋을 나가게 하기 충분했다. 그 순간은 생각지도 못한 발병의 충격보다 내 몸에 가해지는 물리적 압박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이 시간만 지나면 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 가슴에 삽입된 줄은 의학 용어로 '히크만 카테터'라 불렸다. 오랜 시간 각종 약물과 혈액, 수액 등의 투여가 필수인 내 치료의 특성상, 치료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술이었다. 시술 전 선생님은 나에게 말했다. 나를 안심시키려고 했던 우리 선생님의 의도는 오히려 나를 더 떨게 했다.
시술 후 처음 집에 갈 땐 내 몸에 달린 긴 줄을 보고 아이들이 충격받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신기하게만 바라봤다. 빨간 면봉으로 소독하고 반창고를 붙이는 작업을 할 때면 턱 밑까지 고개를 들이밀고 유심히 관찰했다. 이러한 이벤트도 머지않아 아이들에게는 일상이 되었고, 가끔은 나도 내 몸에 세 개의 기다란 줄이 있다는 것을 잊을 정도였다. 여전히 무섭고 떨렸던 히크만 제거술은 잘 마무리되었고 그제는 실밥도 떼고 왔다. 내 가슴팍에는 이제 작은 멍과 꿰맨 자국만 남았다. 나중에 이마저도 없어지면 아마 나는 히크만의 존재를 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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