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정의 바스티유 광장] 아직도 프랑스 식민지, 누벨 칼레도니
식민지 국가가 독립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다면, 그들은 쉽게 독립에 도달할 수 있을까? 만주 벌판에서, 하얼삔 역에서, 피 흘려 싸우고 목숨 건 테러를 기도하는 것보단 훨씬 손쉬워 보이는 그 일이 실은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리는 신기루를 향한 끝나지 않는 여정일 수도 있다.
누벨 칼레도니에는 인구 40%에 해당하는 원주민 카낙과 19세기부터 대대로 살아왔거나 한동안 머물고 있는 유럽인들, 그 밖에 혼혈인들, 인근 폴리네시아 지역이나 아시아에서 온 이민자들이 함께 살아간다. 절반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원주민들은 강력히 독립을 원하고, 나머지 주민 대다수는 원하지 않는다. 내전을 방불케 하는 양측간의 갈등이 8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유혈사태로 표출되었던 것이 1985년이었고, 이 문제를 봉합하고자 누벨 칼레도니의 평화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 1988년 미테랑 정권이었다. 이른바 누메아 협정으로 불리는 이 합의에서 3자는 원주민들의 영향력을 선거에서 강도높게 반영하기 위해, 1998년 이후 이곳에 온 이주자들에겐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탈식민지화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크게 반영하기 위해 임시적으로 사용되던 시스템이기도 하다. 3자가 서명한 이 내용은 주민투표에 회부되었고, '1998년 누벨 칼레도니의 자결권 회복을 위한 준비 법안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80%의 누벨 칼레도니 시민들이 동의를 표한 바 있다.그리하여 2018년 처음, 누벨 칼레도니에서 독립 찬성 여부를 묻는 투표가 이뤄졌다. 결과는 57%가 독립에 반대했다. 두 번째 투표는 2020년에 있었다. 이번엔 4%가 줄어든 53%가 독립을 원하지 않았다. 한 번만 더 선거를 하면, 마침내 원하던 수치에 이를 수도 있을 것처럼 보였다. 2021년 12월에 세 번째 투표가 이뤄졌다.
프랑스는 19세기부터 누벨 칼레도니를 파리 코뮌을 주동한 코뮌주의자들, 알제리 독립운동 과정에서 체포한 독립운동가들, 여성 죄수들을 귀향 보내는 유배지로 사용해 왔다. 유배지로 보내진 뜨거운 피를 가진 이들과 현지 원주민들은 이 아름다운 남태평양의 낙원에서 지난 2세기 동안 동거하며, 잠들지 않는 반란의 땅을 일궈왔다. "유권자 조항을 건드리면 전쟁이 날 것이다. 우리 청년들은 싸움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 천명을 희생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독립파 진영인 칼레도니아 연합의 대변인은 상황의 위중함을 경고했다. 반면, 잔류파의 대표적 인물인 소니아 바케스는"오히려 카낙인들이 자신들 외의 모든 타민족들을 배타적으로 대하는 차별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비난했다.
"누벨 칼레도니의 역사는 주권을 요구하는 카낙족과 이 영토를 내놓기 싫어하는 프랑스 사이의 끊임없는 투쟁의 역사였다. 이 여정은 1988년 마티뇽 협정, 1998년 누메아 협정으로 이어진 매우 복잡한 균형 속에서 이뤄져 왔다. 우리는 공동의 운명을 위한 조건을 진정으로 구축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선 시간, 감수성, 대화가 필요하지만 불행히도 최근 몇 주 동안 이 균형이 무너졌다."프랑스가 이 골치 아픈 식민지에 집착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니켈'이다. 전세계 매장량의 10%가 남한 크기의 1/5에 해당하는 이 작은 섬에 매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초록색 황금이라 불리는 니켈은 전자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금속으로 비싼 가격에 팔린다. 마크롱이 정계에 발을 딛기 전 몸 담았던 로스차일드 그룹도 누벨 칼레도니 니켈 채광 산업에 손을 대고 있는 주요 투자자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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