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싸움의 불씨 된 정부 관리의 만행... 백성 괴롭게 하는 나라, 지금은 좀 달라졌나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도 때론 소용돌이치고, 장애물을 만나면 순간 역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바다로 나아간다. 이게 순리다. 민중도 마찬가지다. 역사의 강줄기에 민중이 늘 올바른 선택만 하는 건 아니다.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는 반동의 흐름을 보이며 역사를 거스르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의 진보를 추동하는 힘 역시 민중이 결정한다.'죄를 묻지 않겠다'는 말에 안심하였건 신임 군수의 유화 제스처에 현혹되었건, 그건 분명 반동의 길이었다. 다가오는 농사철에 대한 압박감이 한몫했다 하더라도, 군수 목을 베어 전주성을 점령하고 한양 권력을 뒤엎어 버리자던 애당초 결의에 비하면 너무도 허망한 해산이었다.
위선적인 먹물 근성이 흔들어댄 민심이다. 박원명은 연이어 3월 1일 위안 잔치를 열 것이니 개의치 말고 참여하라 한다. 그의 이런 유화 제스처에, 봉기군에서 이탈하는 숫자가 자꾸만 늘어난다.박원명이 잔치에 참여해 백성과 술과 음식을 나눈다. 이틀 후에는 따로 봉기군에서 이탈한 사람을 위로하는 잔치를 연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봉기군이 순식간에 와해돼 버린다. 임시방편적 유화 조치가, 신념이 취약한 봉기군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 셈이다. 이용태라는 끔찍한 악마의 숨결이 온 고을을 할퀴고 난도질하며 겁탈했다. 봉기군으로 나간 남자가 없으면, 대신 여자를 묶어 관아로 끌어갔다. 마을마다 불을 질러 고부가 불바다로 변해 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인근 태인과 정읍, 흥덕까지 휩쓸고 다니며 노략질을 일삼았다. 일대 백성은 물론 부자와 유학자까지 끌끌 혀를 찰 지경이었다.관아 감옥에 수천 명 늙고 힘없는 노인과 아녀자가 갇혔다. 고부 봉기는 이렇게 한고비를 넘어가고 있었다. 들엔 보리가 푸르렀고 산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꽃 대궐을 이루던 그 화창한 시절, 고부는 삭풍에 해 기우는 스산한 겨울이었다. 백성을 위무하지는 못할망정 재물을 빼앗고 죽이며 겁탈하는 나라. 백성들은 군대를 해산시키지 말고 싸움을 넓혀야 한다던 전봉준의 말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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