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얘기 같지 않은 '나쁜엄마'... 엄마들을 위한 예방접종 나쁜_엄마 이정희 기자
아이는 학교에서 가는 소풍, 현장체험 학습을 가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가 안된단다. 남들 놀 때 다 놀면 공부는 언제 하냐는 이유에서다. 아이는 참가 여부란에 불참이라고 쓴다. 그 옆에는 불참의 이유를 쓰는 난이 있다. 다른 아이들처럼 놀러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서 쓰느라 그만 연필이 부러졌다. 그 이유는, '나쁜 엄마'.아이들이 어릴 때 '구슬 아이스크림'이 유행이었다. 꽤나 고지식한,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던 나는 백화점 코너에 있던 그 구슬 아이스크림을 한 번도 사준 적이 없었다. 아이들도 사달라 떼쓴 적이 없으니 그저 아이들도 별로 먹고 싶지 않나보다 했다. 그런데 다 큰 작은 아이가 거리를 걷다 구슬 아이스크림이 있으면 사먹게 된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 시절, 아이는 아마 지레 그 아이스크림이 먹고픈 마음을 접었을 것이다. 그 아이스크림이 뭐라고, 뒤늦게 후회해보면 뭐하랴.
그렇게 아이는 이미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검사가 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런데 자식 검사, 판사 만들고 싶은 엄마야 어디 한 둘인가, 그런데 자식이 어디 내 맘처럼 되나 말이다. 검사였던 소망이, 그저 대학만 가라, 그저 취직만 해라 이렇게 바뀌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엄마 진영순 씨는 달랐다. 엄마는 대성통곡한다. '니가 행복하라고 그런 거야~', 이 장면에서 함께 울지 않은 엄마들이 있을까? 엄마는 그랬다. 사고 전 찾아온 아들에게 밥 한 끼라도 먹고가라하자, 엄마 앞에서 단 한번도 맘 편하게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아들이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나쁜 엄마'는 밥 한 숟가락도 편하게 먹이지 않았다. 밥 먹는 아들 앞에서 채점을 하며 틀린 문제를 닦달하고, 많이 먹으면 졸립다고 식판을 빼앗고, 밥 먹는 것도 이런 식이었으니 딴 건 오죽했을까.
그가 진영순 씨의 아들로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검사가 될 때까지 그가 경험한 것들이 '나쁜' 것이었으니, 그러지 않는 게 외려 이상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엄마와의 연을 끊고 대기업 아들이 되는 게, 대통령의 사위가 되는 게 어찌보면 그가 배운 사람답게 사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드라마는 우리 시대 맹목적인 모성의 서늘함을 진영순 모자를 통해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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