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해보는 1학년의 마음 종이접기 육아 한제원 기자
나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2년간 한자와 서예를 가르치는 학원을 다녔다. 정식 학원은 아니었고 집에서 하는 공부방 같은 곳이었는데 선생님이 꼼꼼하시고 아이들을 잘 봐주셔서 언제나 정원이 꽉 차던 곳. 미리 연락도 안 하고 무작정 찾아가 등록을 희망했는데 마침 오늘 이사 나간 아이가 있어 등록이 가능했던 걸로 기억이 난다.
끝까지 예쁘게 안 틀리고 해냈을 때의 기쁨은 어쩌다 한 번이었고 대부분 이번 장은 망했구나 하는 마음과의 싸움이었으니, 열 살, 열한 살 꼬마였던 나의 인생 최대의 고비, 살얼음 위를 살살 걷는 마음으로 평안하기보다 불안한 마음으로 글씨를 쓸 때가 많았다. 서예 학원을 다녔다고 나의 덤벙거리는 타고난 성격이 고쳐진 건 아니지만, 그런 도를 깨쳤다는 건, 인생을 살아가는데 좋은 영향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그때 배운 한자로 어휘력도 늘었고,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한문 과목 시험을 벼락치기로 준비할 수 있었고, 더 나중에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뒷골 당기는 아이의 떼부림을 참아줘야 할 이유가 생겨버린 것이다.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아는 나이고, 어쩌면 나를 빼닮아 이 아이가 이러는 것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아이가 실패했다고 짜증을 부리는 그 색종이들을 주섬 주섬 주워 들어 내가 팽이를 접어 완성해 주었다. 조금 틀어져도 완전한 작품이 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음을 내 손으로 천천히 옆에서 보여 준 것이다. 맘에 드는 것을 고르고 나머지는 동생에게 하사하기도 하고 정리 좀 하자는 엄마의 요청을 받아들여 하루 이틀 지난 것들은 쓰레기통에 선뜻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팽이 접기의 과정을 이겨낸 평정심의 영향이 컸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아의의 평정심은 나의 흰머리, 주름과 맞바꾼 결과물이라 그러는 동안 나는 한 소끔 더 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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