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그리고 세상의 모든 ‘뒷것’들 [김영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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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 편집인 지난달 암으로 세상을 떠난 홍세화 선생의 장례식장에서 그에게 미리엘이라는 세례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해 12월 홍세화 친척의 요청으로 성공회 이대용 신부가 사회주의자이자 아나키스트인 그를 찾았다. 세례를 받겠냐는 물음에 한참 망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인간이 존중받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김민기는 그 가치를 자신의 삶에서 결벽일 정도로 지켜왔다. 외치거나 자신의 잣대로 남을 비난하지 않았다. 과거의 업적에 매달리지도 않았다.지난달 암으로 세상을 떠난 홍세화 선생의 장례식장에서 그에게 미리엘이라는 세례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해 12월 홍세화 친척의 요청으로 성공회 이대용 신부가 사회주의자이자 아나키스트인 그를 찾았다. 세례를 받겠냐는 물음에 한참 망설이던 홍세화는 ‘레미제라블’에서 은촛대를 훔쳐 도망간 장발장을 감쌌던 미리엘 주교의 관용의 정신이 자신을 이끈 신념이었다는 말을 꺼냈다고 한다. 노동자나 가난한 이들과 늘 함께 했던 그의 삶과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들려준 이영구 목사 또한 인상적이었다. 해외여행이 흔치않던 시절, 자수성가한 서울대 출신 사업가로 출장이 잦던 그는 친구 박호성으로부터 프랑스 파리의 홍세화를 한번 찾아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1986년 센강변에서의 “운명적 만남” 이후 그는 평생의 벗이 됐다. 홍세화가 해외에서 근무 중이던 1979년 10월 내무부가 발표한 남민전 사건으로 망명객이 된 뒤 생계를 위해 야간 택시운전을 할 때, 이영구 부부는 해마다 두차례씩 한국 음식을 싸들고 고립된 생활을 하던 홍세화 가족을 찾았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가 나오는 데는 임진택·유홍준 같은 벗들의 권유와 출간 알선과 함께, 몇년간 운전을 멈추고 글을 쓰도록 생활비를 대준 이영구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그런 이영구지만 자신을 내세우지도, 자신의 신앙을 권유하지도 않았다.

1970년대 홍세화 부부의 집을 드나들던 이들 가운데엔 김민기도 있었다. 에스비에스가 최근 방영한 다큐멘터리 3부작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를 보면서 이 세상의 많은 ‘뒷것’들을 떠올렸다. 홍세화도, 이영구도 그런 존재이리라. 내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 후반은 행진곡풍의 ‘전투적’ 민중가요 신곡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시기였다. 그런데 왠지 난 ‘이 세상 어딘가에’ ‘강변에서’ 같은 노래가 좋았다. 김민기 노래는 당시 민중가요와 다른 결이 있었다. 다큐를 보며 새삼 깨달았다. 앞것이 아니라 뒷것을 자처한 그는 권력에겐 ‘반정부 좌익’이었지만 그 바탕엔 사람에 대한 지극한 연민과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2015년 이진순과 했던 한겨레 인터뷰에서 김민기는 70년대 보안사 취조실에서 ‘죽도록’ 맞던 당시, “나 때문에 이들이 죄를 짓고 있구나 싶어...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나중에 운동권 후배들에게 “너무 미워하지 마라. 미워하게 되면 걔 닮게 된다”고 말했다고도 했다.다큐를 통해 새삼 알게 된 사실도 적잖다. 1979년 전두환의 12.12 쿠데타가 나던 날, 그는 달동네 아이들의 공공어린이집 설립 모금공연을 위해 정권의 탄압 속에 아예 몇년간 손에서 놓았던 기타를 다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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