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공포 영화를 그렇게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었다. 아니, 공포 영화는 기피하는 편이었다. 누군가가 같이 보자고 하면 마지못해 보곤 했지만, 귀신과 초자연적 현상, 그리고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캐어(jump scare)에 두 시간 내내 시달리고 나면 이런 질문을 던지...
공포 영화를 그렇게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었다. 아니, 공포 영화는 기피하는 편이었다. 누군가가 같이 보자고 하면 마지못해 보곤 했지만, 귀신과 초자연적 현상, 그리고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캐어에 두 시간 내내 시달리고 나면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기 마련이었다.그러던 나는 어느덧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공포 영화를 찾아보는 사람이 되었다. 살인 양육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 을 보면서 돌봄에 대한 주제 의식을 읽어내기도 하고, 여성의 신체 자기 결정권을 다룬 두 수녀 영화 과 를 비교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호러의 특성은 귀신을 넘어서, 타자에 대한 혐오를 원동력으로 삼아 온다는 비판도 받아 왔다. 일례로 우주적 공포를 다룬 '코즈믹 호러'의 대표적 저자인 H.P. 러브크래프트는 당대 기준으로도 엄청난 인종주의자였는데, 그의 작품을 보면 '사악한 마술'을 부리는, '인간이 아닌' 비백인 인종에 대한 극심한 공포심이 눈에 띄게 자주 등장한다. 타 인종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이 그들을 '무서운' 존재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엑스맨' 시리즈가 돌연변이를 통해 성소수자·장애인 등 현실 세계에서 소외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의 이러한 설정 역시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는 그동안의 호러 영화에서 가해자 취급을 받아 오던 '다른' 존재들의 지위를 회복시킨다. '괴물'이라 일컬어지던 그들은 단지 오해받고 따돌림당해 왔던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하지만 주제 의식 외에도, 가 나를 끌어들인 방법은 다양했다. 약간의 고조된 긴장감 속에서 무언가가 '확' 튀어나와 관객들을 겁먹게 만드는, 소위 '갑툭튀' 장면은 여러 호러 영화에서 남용되어 왔다. 그 방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완성도가 부족한 작품들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과도하게 사용하다 보니 오히려 식상해진 면이 있다.
뚜렷한 영화사적 계보에 자신을 올려놓으며 의 '정신적 후속작'을 자처한 의 선택은 영리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아무런 대책 없이 '겁만 주는' 공포 영화에 지친 관객을 확실히 달래 주는 동시에 자신의 완성도도 자연스럽게 챙긴 것이다.대부분의 공포 영화에는 '파이널 걸'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주인공들이 거침없이 죽어 나가는 호러 영화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여성 주인공을 지칭하는 말이다. 관객들은 호러 영화를 볼 때마다 '파이널 걸'이 누가 될지, 그리고 그 파이널 걸이 살아남게 될지를 궁금해하며 영화관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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