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감정의 용광로: 한국의 장례와 국가애도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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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감정의 용광로: 한국의 장례와 국가애도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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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한국의 장례 풍습과 국가가 시민의 죽음에 대해 명칭과 형식을 부여하는 사례인 국가애도기간에 대한 탐구를 제공합니다. 과거 국가가 의례를 규제하려고 시도했던 사례와 현대적인 국가애도기간의 의미를 짚어보고, 기억의 중요성과 감정의 표현 방식을 논의합니다.

겨울은 늘 춥지만 열아홉 살 때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고 기억된다. 대학입시를 마친 직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부모님과 함께 갔던 김포의 선산은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황톳길을 거쳐 가야 했다. 운구하는 내내 어르신들은 막걸리와 전을 드시며 누구에게 던지는 말인지 모를 호통과 통곡을 이어가셨다. 장지에 이르니 관을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를 두고 한참 입씨름이 벌어졌다.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다투시던 어르신들은 하관이 되자 다시 통곡하셨다. 통곡도 잠시, 봉분 모양이 만들어지자 외삼촌과 이모부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위에 올라가 덩실거리며 흙 밟기(평토)를 하셨다. 그 때 처음 알았다. 망자를 보내는 공간은 눈물과 통곡뿐 아니라 웃음과 욕설까지도 쏟아지는 모든 감정의 용광로 같다는 것을. 이런 기억은 몇 년 후 극장에서 보았던 영화 에서 다시 소환됐다. 이듬해 이 영화는 캐나다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한국의 장례와 풍습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과 함께 예술공헌상을 받았다고 한다.

굳이 '한국'이라는 명사를 붙이지 않더라도 모든 사회에서 장례는 언제가 시작인지도 모를 관습들이 쌓여 축적된 의례(ritual)이며 법률과 제도로 바꿀 수 없는 문화다. 1969년 군사독재 정부는 허례허식을 일소하겠다는 목적으로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세부 사항으로 '가정의례준칙'을 만들기도 했다. 이 법률에는 혼례, 장례, 제사, 회갑연의 절차를 정하는 기관(가정의례심의위원회)의 설치뿐 아니라 법령을 위반할 경우 처벌 조항까지 담겨 있었다. 오늘날 정부가 법률로 이런 의례들을 규제하고 처벌까지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이 법률은 제정 후 30년이 지난 1999년에야 폐지됐다. 국가 행사도 아닌 누구나 겪는 일상 의례인 문화를 제도라는 형식으로 규율하려 했던 배경과 그 효과는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문화의 규율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열아홉 살 장지의 풍경은 지금도 생생하다. 기억의 힘은 국가가 규율할 수 없는 공동체가 만들어 온 역사이자, 어떤 형식과 절차로 강제해도 해체할 수 없는 감정의 용광로가 남긴 흔적이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국가애도기간 정부, 좀 더 넓게 말해 국가가 시민의 죽음에 대해 명칭과 형식을 부여한 사례는 한국에서 많지 않다. 지난 제주항공 참사 발생 당일 들었던 7일 간의 '국가애도기간'은 윤석열 정권 이전에는 있었는지도 몰랐던 명칭이었다. 윤석열 정권은 3년 동안 2022년 10.29 참사에 이어 두 번째로 국가애도기간을 공포했다. 2010년 4월 이명박 정권에서 천안함 사건 발생 후 공포되었던 국가애도기간이 있었으나 이때는 시민이 아닌 복무 중이던 군인이 희생자였다. 언제 잊힐지 모를 상흔을 남긴 사회적 참사는 너무 많았다.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2014년 세월호까지 슬픔과 고통의 깊이를 비교할 수 없는 기억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참사 중에 어떤 고통의 시간을 국가가 애도할 시간으로 정해야 하는지 기준은 없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로 무안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근거를 둔 조치지만 국가애도기간의 법적 근거는 없다. 단지 대규모 인명 피해 또는 국민적 충격이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고 희생자의 죽음을 애도하고 시민들의 조문 편의를 위해 대통령이 선포할 수 있다는 정도의 행정안전부 설명이 있을 뿐이다. 외국의 국가애도기간은 일정한 관례를 따르는 경우가 있다. 이란에서는 루홀라 호메이니와 같은 종교 지도자가 사망한 직후, 재난이나 테러로 유례없는 사회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남미에서는 전 대통령이나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 사망한 직후 등 국가마다 법과 제도보다 선례에 따라 정한다. 전 대통령뿐 아니라 디에고 마라도나, 아일톤 세나, 펠레와 같은 스포츠 영웅의 장례 기간에도 국가애도기간을 정하는 아르헨티나나 브라질은 국가가 정하는 의례가 법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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