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에서 어르신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는 강사의 경험담. 생텍쥐베리의 야간비행이 영감을 주어 자신감 있는 글쓰기를 위한 수업 진행.
나는 '내 인생 풀면 책 한 권'이라는 이름으로 복지관에서 어르신 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는 강사다. 이제까지는 내가 제시한 글감으로만 글을 쓰다가 '내 인생 풀면'에 맞게 쓸 이야기 얼개를 짜볼 수 있도록 지난주에 도와드렸다. 생각보다 다양한 각자의 글감이 나왔다.써오시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다. 자신감 이다. 자신감 이 없다. 어렵게 써놓고선 이걸 남들에게 보여도 되는 건지 항상 망설이신다. 그렇기에 수업에서는 그 망설임을 줄여주는 것도 글쓰기 자체만큼 중요한 숙제다.이걸 읽어도 되겠는지 모르겠다는 분께 이 화면을 먼저 띄우면서 내가 먼저 말했다.머뭇거리던 어르신 은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으셨다. 지난 시간에 제목으로만 나왔던 '그것이 첫사랑이었을까'가 교실에 조용히 울려 퍼졌다. 그것이 첫사랑이었을까. 라고 끝난 글에 다들 '첫사랑 맞네요~'라며 박수가 나왔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신 있게 본인 글을 읽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생텍쥐베리의 야간비행이었다. 그 불빛의 부름에, 아니 그 글자들의 부름에 감동 받는 건 어르신들 동년배에서나 그럴 줄 알았다. 아니었다. 1941년생 어르신이 가방에서 곱게 접은 갱지를 꺼내실 때부터 이미 내게도 선물 보따리가 준비된 것 같았다. 갱지를 선물처럼 찬찬히 풀어보고 싶어졌다. 잠깐씩 떨리는 목소리에 다 같이 녹아들었다. 다를 것 없는 일상이 특별함으로 편입되는 순간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어느 하루가 교실 앞에 가지런히 서 있었다. 우리는 그 하루 안에서 나이를 잊고 마음을 나눴다.
이렇게 잘 쓰시는데 안 쓰면 어쩔 뻔했냐면서 나는 다음 주도 기대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다음 주제도 이미 정하셨다고 한다. '복지관'을 주제로 쓰신다고 했다."그런 주제라면 혹시 지나가는 행인1로 저도 나오나요?"라고 했다가 다 같이 웃음이 터졌다.새롭게 이어질 '글자들의 부름'을 기다린다. 어르신들 각자가 쌓아올린 시간이 더 빛날 수 있도록, 그 한 몫의 용기를 더 챙겨드리고 싶어지는 수업날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참고도서 : 더클래식, 생텍쥐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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