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꽃이니 볼 거 없다?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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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잃고 알게 된 세상] 소중한 선물

완연한 봄이다. 여기저기 동네방네 모두 꽃 동네 꽃 잔치에 새 노래는 덤으로 즐기란다. 세상사 시끄럽고 황사랑 미세먼지의 심술도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봄 한 철만큼 예쁠 때가 없을 듯하다. 가만히 내가 볼 수 있던 때를 되돌아봐도 알록달록 화려한 가을이 성숙한 아름다움을 뽐냈다면, 울긋불긋 따사로운 봄은 갓 피어난 생명답게 귀엽고 깜찍하니 예쁘단 말이 제격이었다. ▲ 눈길따라 느끼고 즐기고 알게 된다는 것, 그건 당연한 게 아니라 감사한 것이리라. ⓒ 김미래/달리분당 시내를 흐르는 탄천은 이미 북적였다. 삼삼오오 사람들의 웅성거림, 풀밭 위를 뛰노는 아이들의 깔깔거림, 여기저기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새들의 지저귐과 견공들의 기운찬 울부짖음까지. 내 팔을 잡은 아내의 손길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내 감각 기관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야멸치게 떠나버린 내 시각을 대신해 청각을 비롯한 다른 감각 기관들이 그동안 해오던 역할의 몇 배나 되는 부담을 지게 된 까닭이다.

나 역시 시력을 잃고 난 후에는 아무 때나, 아무 데나 겁 없이 손끝을 내밀었다. 그리고 아무리 조심하고 집중해도 촉각에 의존하는 손끝은 절대 시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피눈물을 통해 배웠다. 쭈뼛쭈뼛 겉돌기만 하는 나를 본 행사 관계자가 나를 불러서 꽃을 만져볼 수 있게 해줬다. 잠시 망설이다가 다가서는데 신기하게도 알 듯 모를 듯 희미한 꽃향기에 서늘하던 내 가슴이 따뜻해졌다. 나는 감사를 표하고 관계자에게 손을 맡겼다. 1초, 아니면 2초, 정말 길어야 3초도 되지 않을 그 짧은 시간, 꽃송이로 손을 뻗으면서 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보고 느낀 꽃에 대한 모든 것을 떠올렸다. 표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그 빛깔, 부드러운 비단 같기도, 포근한 솜털 같기도 한 꽃잎, 살짝 쥔 내 손 안에서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따뜻한 꽃송이."왜 그러세요?"잘못된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손으로 느끼는 촉각이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일까? 아마도 둘 다였을 것 같은데 분명한 건 그때 내가 만진 작약은 내 기억 속 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너무 차가웠고 생명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젖은 채 구겨진 벨벳 조각 같았고, 뭉쳐진 휴지 조각 같았다.

무엇인가 소리가 들려도, 어깨를 스쳐도, 콧속을 자극해도 무심코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이는 것이 눈길이다. 초롱초롱 그 무엇인가를 찾고 싶고, 알고 싶던 그 호기심 가득한 눈길, 그 눈길이 없었다면 도대체 하고 싶은 것이 있기나 했을까? 우리는 이 호기심 가득한 눈길 덕분에 잘 살 수 있었고, 행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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