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기 특별대담] 4.16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다
세월호참사 10주기는 완결이 아닌, 전환을 모색하는 시기다. 좋은 의미의 전환은 지난 시간을 잘 돌아보고 의미 있는 질문을 주고받을 때 생겨나는 게 아닐까.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를 통해 연결된 시민들은 세월호참사특별법 제정과 공식 조사기구의 활동을 비롯해 최근의 재난피해자연대 결성까지, 재난참사와 관련해 전례 없는 역사를 써왔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볼 때 꼭 짚어보아야 할 중요한 변화와 그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사월십육일의약속' 특별대담을 통해 10주기 이후 진상규명과 안전사회건설 운동의 갈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대담은 2024년 2월 13일 오전 10시, 416연대 회의실에서 열렸다. - 기자 말오지원: 제가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안산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였어요. 아이들 영정사진이 너무 많았잖아요. 그걸 보며 당황스럽고 슬프고 무척 화가 났어요.
김선우: 지역별로 찾아다니면서 '10년의 사람들'을 모아달라, 그래서 이후 10년을 준비하는 10주기를 만들자고 말을 건네고 있는데, 시민들이 많이 반겨주시더라고요. 세월호 가족들이 밥 한 끼 대접한다고 하니까 참사 초기부터 활동하다 잠시 떠나계셨던 분들까지 다 모이시는 것 같아요. 이 힘이 기억과 약속의 실천으로 앞으로도 이어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김순길: 긴 시간 동안 우리가 그렇게 노력했는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아직 미흡하다는 점에 참 많이 화가 나요. 그나마 징역형을 받은 사람들도 대통령이 사면해줬어요. 정부는 왜 변하지 않을까? 기득권을 가지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왜 변하지 않을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과 참사가 일어나야 우리 사회가 변할까? 그런 생각 하면 두렵죠.
박성현: 그 낡음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다른 방식의 운동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최근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 변화 가능성에 회의감을 들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자를 위한 제도는 불가능한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운동의 흐름과 방향성이 떠오르지 않을까요. 세월호참사를 목격한 시민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세월호를 자기 주제로 삼아 질문을 던져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월호참사가 우리 사회에서 큰 반향을 낼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유일 거예요. 그걸 총화하거나 모으는 작업도 필요하죠.
오지원: 세월호 관련된 재판에서 고위 공직자들은 싹 다 무죄를 받았어요. 형사 책임만 묻게 될 때, 무죄를 받는 순간 아무 책임이 없다는 오해가 발생해요. 게다가 사법적인 책임을 완벽하게 물을 수는 없잖아요. 형사 책임이라는 것 자체가 구성하기 너무 까다롭기도 하고. 그러면 우리가 책임 묻는 것을 포기해야 할 거냐? 그렇지 않아요. 형사 책임을 못 묻는다면,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게 더 중요해지는 거죠. 사회적 책임을 묻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책임을 지라는 게 무조건 다 감옥에 가라는 말이 아니잖아요. 그 책임을 지는 자리에서 물러난다든지, 앞으로 어떤 식으로 하겠다고 실질적인 대안을 낸다든지. 그렇다면 그 사회적 책임을 누가 선언해 줄 거냐? 독립적 조사기구가 그 역할을 해야 하죠.
김순길: 맞아요. 저희가 항상 얘기하잖아요. 가족끼리만 했다면 지금까지 못 왔을 거라고. 많은 분들이 곁에서 함께해주셨기 때문에 지금까지 왔어요.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2주에 한 번씩 확대운영위원회를 열어요. 처음에는 회의 때 고성도 오가고 막말도 오갔어요. 지금은 그런 모습이 크게 줄었죠. 셀 수 없이 많은 회의를 같이 해보면서 갈등을 조율하는 방법을 배워갔어요. 아이들이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부모들끼리는 서로 생판 모르는 남이었잖아요. 각자 다른 성격에 살아온 환경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이만큼 왔다는 것은 굉장히 훌륭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부모지만 존경스러워요.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참 어려웠지만,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해주기 위해서 서로 다독이고 왔던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그런 과정에서 사회를 보는 인식도 많이 변했어요. 스스로 반성도 하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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