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의 일상을 다룬 책 〈식물의 시간〉을 쓴 이후, 나는 식물을 길러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레몬 나무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하곤 했다. 📝안희제(작가)
3년4개월. 마지막 남은 레몬과 내가 함께한 시간이다. 그때만 해도 나는 레몬이 기르기 쉬운 식물인 줄 알았고, 그건 한편으로 분명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남은 레몬 나무는 한 그루뿐이다. 식물과의 일상을 다룬 책 〈식물의 시간〉을 쓴 이후, 나는 식물을 길러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레몬 나무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하곤 했다. 신맛을 좋아하는 나와 어머니가 먹기 위해 우리는 이따금 마트에서 레몬을 잔뜩 사곤 한다. 껍질은 베이킹 소다와 소금으로 박박 씻어서 요리에 썼다. 일부는 퓨어 올리브오일에 넣어 레몬 오일을 만들기도 했고, 일부는 그대로 갈아서 샐러드에 올리기도 했다. 파스타에 조금씩 넣어 먹어도 별미였다. 껍질을 요리에 전부 쓰진 않았다. 껍질 일부를 구연산에 잠시 절여두었다가 물과 레몬즙을 적정량 섞어서 갈아 쓰면 레몬즙의 맛은 그대로이면서 양은 몇 배가 되는 레시피를 인터넷에서 보고 따라 했다.
우리는 그 싹들을 다른 식물을 사올 때 생긴 플라스틱 포트에 옮겨 심었다. 시작이 몇 포기였는지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레몬 씨앗의 싹을 틔우는 건 쉬운 일이었고, 옮겨 심은 포트도 너무 많아서 자라나는 레몬이 몇 개인지 세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레몬은 많았다. 아주 튼튼하게 자라는 녀석도 여럿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보니 레몬은 네 포기 남아 있었다. 그때도 특별히 이 레몬 나무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다. 셀 필요도 없이 많았던 레몬 나무가 넷밖에 안 남았는데도 사라짐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았다는 게. 그리고 넷 중 둘은 그저 어느 날 이유도 모르게 죽어 있었다. 식물과 함께 살다 보면 그런 일들이 생긴다. 여느 때처럼 관리해주었는데 어느 날 보면 잎이 바삭하게 말라 있는 일들. 하나는 겨울에 집안에서 안전하게 관리하는데도 잎이 감자칩처럼 말라 있었다.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이미 눈앞에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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