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디지털산단 '수출의 여인상'은 가짜다 구로공단_구로디지털산업단지 구로동맹파업 가리봉시장_가리봉오거리 가산디지털산업단지 벌집_공순이_공돌이 이영천 기자
상전벽해를 이룬 공간이 젊다 못해 어리광부리는 듯하다. 옛 '한국수출산업단지'이었고, 지하철역은 가리봉역과 구로공단역이었다. 공단이든 지하철역이든 이름이 바뀌어 디지털단지라는 긴 꼬리표를 달았다. 디지털의 본성은 끝없는 확장성이지만 그 모태는 아날로그다. 아날로그의 생명력은 이어짐의 연속성이다. 공간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뀌었을망정 아날로그 감성과 흐름을 그래서 다시 읽고 싶어졌다.1964년부터 수출을 기치로 내걸고 조성된 공단은 당시로선 놀랄 만한 규모였다. 높은 굴뚝에 엉성하게 지어진 공장에서 기계처럼 일해야만 했던 노동자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린다. 비좁은 쪽방을 전전해야 하는 비참한 생활환경은, 도시의 다른 곳과 분절된 또 다른 공간을 연출하고 있었다.
당시 수십만 노동자 대다수가 여성이었고, 이 중 10대 중후반이 50~60%를 차지했다. 죄라면 가난이 죄였다. 농어촌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상경하여 이곳으로 흘러온다. 눈물을 흩뿌리며 기차에 몸을 실어야만 했다. 먹고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혹은 남동생 학비를 벌어야 한다거나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이었을 터다. 디지털 1단지에 서 있는 '수출의 여인상'은 엄청난 왜곡이다. 수출만이 살길이라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였다. 가발, 섬유, 봉제, 완구, 전자 등 노동집약형 산업에 어린 여성 노동자는 저임금에 시달려야 했고, 가혹한 노동환경에 병을 얻기도 하는 등 착취 속에서 연명해야 했다.햇볕은커녕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먼지투성이 공장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야 했다.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연상시키는 횃불 든 이 동상은, 그래서 가짜다. 당시 권력이 조장한 '산업역군'이라는 허상의 현시에 불과하다.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주장하며 저항하는 여성 노동자가 이들의 참모습이다.
저임금 정책은 가혹했다. 저곡가 정책으로 농촌이 황폐해지고, 농민이 산업예비군이 되어 도시로 몰려든다. 임금이 낮아진다. 낮아진 임금은 열악한 노동과 고된 삶을 강요한다. 뼈 빠지게 일해도 치킨 한 조각 맘껏 사 먹지 못한다."허기지고 지친 / 우리 공돌이 공순이들이 / 싸구려 상품을 샘나게 찍어 두며 / 300원어치 순대 한 접시로 허기를 달래고 / 이리 기웃 저리 기웃 / 구경만 하다가 / 허탈하게 귀갓길로 / 발길을 돌린다"로 시를 끝맺는다. 명동을 방불했다는 가리봉시장은 지금 한산하다 못해 휑하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더글로리' 잔혹 묘사에 현직 장학사 '실제는 더 했다'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속 학교폭력 장면에 눈길이 쏠린 가운데 현장 전문가들은 '현실은 더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TBS대표 ‘밀실선임’은 명백한 후퇴” 시민평가단 역할 촉구TBS 임원추천위원회의 차기대표 ‘밀실 선임’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시민평가단의 역할을 촉구하는 언론단체 주장이 나왔다.언론개혁시민연대는 12일 ‘시민평가단에 TBS 사장 선임을 위한 기준을 제시한다’ 성명을 내고 “간곡한 심정으로 시민평가단에 다음과 같은 TBS 사장 선임을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4가지의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언론개혁시민연대는 △TBS의 미래 비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내부 구성원의 갈등 해소 △‘공정성’ 논란에서 ‘시민에 대한 책무’로의 전환 △ TBS 안정성 담보할 거버넌스 구축 △ 서울시와의 유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스페인 화가 고야의 ‘거인’은 어쩌다 나체거인이 됐나스페인 화가 고야의 ‘거인’은 어쩌다 나체거인이 됐나newsvop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유승민 “이태원 참사, ‘높은 분들’은 모두 무혐의…이게 정의냐”“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행정안전부장관과 경찰청장, 이런 분들이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면서 그냥 넘어간다면, 이것이 진정 정의로운 결론이며 이것이 진정 법치인가.” 🔽 자세히 읽어보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TBS대표 ‘밀실선임’은 명백한 후퇴” 시민평가단 역할 촉구TBS 임원추천위원회의 차기대표 ‘밀실 선임’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시민평가단의 역할을 촉구하는 언론단체 주장이 나왔다.언론개혁시민연대는 12일 ‘시민평가단에 TBS 사장 선임을 위한 기준을 제시한다’ 성명을 내고 “간곡한 심정으로 시민평가단에 다음과 같은 TBS 사장 선임을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4가지의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언론개혁시민연대는 △TBS의 미래 비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내부 구성원의 갈등 해소 △‘공정성’ 논란에서 ‘시민에 대한 책무’로의 전환 △ TBS 안정성 담보할 거버넌스 구축 △ 서울시와의 유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