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적군묘지'라고 치면 여기가 나옵니다 한국전쟁 윤태옥 휴전선 윤태옥 기자
나지막한 야산이 살며시 능선을 벌려준 작은 골에 검은 갈색의 막돌 폐허가 눈에 들어온다. 건물 바닥과 벽체 일부가 남아 묘한 상상력을 끌어당긴다. 폐허 서쪽으로는 그리 높지 않은 굴뚝이 낯선 방문객에게 말을 걸어올 것만 같다. 아무리 봐도 우리의 전통은 아닌 서구 건축의 냄새가 난다.
묘역에는 B4 사이즈 정도 되는 석판 수십 개가 오와 열을 맞추고 햇볕을 받고 있다. 석판에는"북한군126, 2000.11.30, 무명인, 경상북도 칠곡군 다부동"과 같은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다."북한군30, 1996.6.14, 소위 권호신, 1.21사태 무장공비"와 같이 계급과 이름이 명시된 것도 있다. 무명인이 훨씬 많다. 이 작고 키 낮은 묘비들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 가까이 지났건만 아직도 생생하게 진행형인 남북 충돌의 현대사를 묵언으로 발화하는 듯하다.북한군 묘역 안쪽으로 중국군 묘역이 있다."중국군 575~655, 2009.5.28, 중국군 81구, 2014.3.28 본국송환"이란 것도 있고"무명인, 본국송환"과 같이 기록된 것도 있다. 중국군 병사도 유엔군 화장터에 실려 온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남의 나라 전쟁에서 죽음으로 마감한 인생이다.
이 두 곳의 한국전쟁의 흔적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나도 한국전쟁 관련해서는 안보관광이라고 하는 땅굴이나 판문점,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일 년 동안 휴전선 일대에서 한국전쟁의 흔적을 찾아보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우리 현대사에 얼마나 무지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이런 낯 뜨거운 일들은 휴전선 답사 내내 나를 수시로 멈칫거리게 했다.나는 십여 년 동안 주로 역사를 주제로 하여 중국 곳곳을 여행했다. 그런데 2019년 연말에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이 닫히면서 나의 답사여행은 어쩔 수 없이 국내로 방향을 틀었다. 처음에는 서해와 남해에서 바다의 역사를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서해 남해 다음에, 북해가 아닌 북쪽에는 무엇이 있냐는 여행 동반자의 코멘트를 계기로 휴전선 답사에 나서게 됐다.
오늘날 내가 속한 공동체로서 대한민국, 북한에 빗대어 말하면 남한은 70여 년 전에 시작되고 3년이나 지속된 한국전쟁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분투하여 초토화된 땅에서 큰 성과를 이루었다. 국가의 위상 역시 당시와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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