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갈등 극단적 폭발이 불러온 신안 암태도 민간인학살
"형님 큰일 났어라우. 아버지랑, 큰아버지랑, 증조할아버지가 죽게 됐어라우."더군다나 인민군 점령이 시작되면서 두 차례나 암태분주소에 구금됐던 이상득으로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이었다. 자신은 간신히 호랑이 굴에서 벗어났지만 아버지를 포함한 가족 10여 명이"오늘을 넘기면 죽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니,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했다.앞뒤 잴 것도 없이 목포경찰서를 찾아갔으나 서장은 자리에 없었다.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있던 곳에 주둔한 일명 '백부대'를 찾아가"오늘 중에 암태도로 진주하지 않으면 우리 부모들이 다 죽게 된다"고 사정했지만,"군의 사정상 그럴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이상득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무리 급하더라도 절차를 밟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목포경찰서의 지인을 물색했다. 한 다리 건너 알고 있는 송아무개 경위가 중책을 맡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경찰은 지방 좌익을 소탕하기는커녕 지서와 면 소재지만을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백부대 일행이 암태지서가 있는 남강부두에 하선했지만 그때까지 암태지서 경찰들은 지방 좌익들이 암태도 동부지역에서 우익인사 가족들을 집단학살하는 것을 저지하지 못했다.그가 기진맥진해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는 큰아들의 헌 오바를 입고 새끼로 묶은 채 앉아 있었다. 그동안 도망 다니면서 고생한 모습을 이상득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랬다는 것이다. 그렇게 도망 다니는 와중에 어린 손녀를 잃기도 했다.가족은 모두 죽었다지만 시신을 찾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아버지가 학살됐다는 진작지 모퉁이 암태도 등대 부근을 샅샅이 뒤졌다. 천만다행으로 그는 아버지의 시신을 찾을 수 있었다. 희한하게도 아버지 시신이 바닷물에 떠내려가지 않고 갯가에 있던 것이다. 나머지 가족의 시신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렇게 많은 주검들을 목격했지만 결국 아버지 이외의 시신은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팔금면 고산마을로 갔다. 그곳 주민들은 인근 바닷가에서 떠밀려 온 시신들의 특이사항을 담은 '시체 기록부'를 작성해 놓았다. 예를 들면 성별, 연령대, 옷, 머리 모양뿐만 아니라 금니를 했으면 아랫니인지 윗니인지 등을 기록한 것이다.그곳에서 작은아버지로 추정되는 기록이 있어 흙을 파헤쳤다. 작은어머니는 남편이 옥양목 중의적삼을 입고 나간 것 같다고 했는데, 시신은 모시 바지와 저고리, 허리띠 차림이었다. 하지만 그의 가족이 집단학살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상득의 막내 삼촌 이아무개는 6.25 당시 경찰 간부였기 때문이었다. 이아무개는 한국전쟁 전에 제주도 파견근무를 명받았는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다가 전쟁이 났고 암태도에서 좌익들에게 붙잡혔다.
또한 군경에 의해 큰형을 잃은 서아무개의 최근 증언은 보다 구체적인 상황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서아무개는 지방 좌익 박아무개가 주동이 돼 우익가족, 경찰 가족 100여 명을 자은면 뒷구섬에서 죽창으로 찔러 죽였다고 했다.목포역 앞에 있는 영단 제9공장를 개조한 목포공업학교는 도저히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 해방되던 해에는 모스크바 삼국 외상회의 결정을 둘러싸고 찬·반탁 갈등이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있었다.1946년 국립서울대학안이 발표되자 우익계인 학련의 지지 입장과 좌익계의 반대 투쟁이 갈등의 극을 이루었다. 학련 소속 학생들이 수업 거부를 해도 선생들은 일언반구조차 못했고, 교무실에서 행패를 부려도 마찬가지였다. 교권은 무너졌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학련 소속 학생들의 폭행이 지속됐다.
이후 좌익계 제자들의 신원보증으로 석방됐다. 하지만 완장 찬 이들이 분주소에 구금돼 있던 이들을 10명 단위로 암태도 바닷가에서 수장시킬 때 해군 함정에게 발각됐다. 수장될 뻔했던 이들은 모두 살아 돌아오고, 죽이려 했던 이들이 모두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이 사건으로 이상득은 재수감됐다. 그곳에서 수감된 이들, 구타당한 이들, 인간 사냥터로 끌려 나가는 이들 중에는 상당수가 부자나 우익이라기보다는 완장 찬 이들과의 감정적 대립에 의한 사감이 크게 작용한 것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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