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디즈니 실사판 영화 '인어공주'가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2023년 디즈니 실사판 영화 '인어공주'가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한국과 중국, 유럽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흥행에도 참패했다고 한다. 작품성이니 여주인공 할리 베일리의 연기력이니 표면적으로 내세운 혹평의 이유는 많지만, 논란의 핵심은 사람들의 미적 기준에 맞지 않은 외모를 가진 흑인 여성의 캐스팅이다. PC에 입각한 '블랙워싱'에 집착해 전통적인 백인 프린세스의 이미지에 어긋나는 배우를 무리하게 썼다는 것이다. SNS에서는 '#나의에리얼이아냐'라는 해시태그 운동까지 일어났다. 반면, 흑인이 인어공주 역을 맡을 수 없다는 생각은 인종차별주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영국 미술사학자 엘리자베스 맥그래스는 '검은 안드로메다'라는 글에서, 고대 그리스 작가들은 한결같이 안드로메다를 에티오피아 공주로 언급했으며, 특히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는 안드로메다를 검은색, 혹은 갈색 피부를 가진 아프리카 공주로 명시했다고 주장한다. 에티오피아는 '검게 그을린 얼굴'의 사람들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aithiops'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늘날 아프리카에 있는 그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들을 통칭하는 말이었다. 고대 그리스인은 북아프리카의 이집트 문명이나 누비아에 대해 매우 높이 평가했다. 수단 누비아 지방에서 고대 문명을 이룩했던 누비아인은 기원전 8세기경, 이집트를 침공해 이집트 25왕조를 세워 60년 동안 통치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리스인들은 누비아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잘생겼으며' 매우 경건해서 신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기록했다.
겉으로는, 이른바 '올바른 의식'을 갖지 못한 인종주의자, 외모지상주의자로 취급될까 봐 노골적으로 말하지 못하지만, 사실은 할리 베일리가 자신들이 즉자적으로 느끼는 예쁨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 불편한 것이다. 그래도 시대에 뒤처진 의식을 가진 사람으로 몰리는 건 원치 않는다. 그래서 할리 베일리가 흑인이라서가 아니라 원작의 인어공주 이미지와 어긋나고 연기도 못해 캐릭터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싫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 평론가들은 그녀의 연기력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또, 원작은 얼마든지 각색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원래 흑인 공주였던 안드로메다도 서양 미술사에서는 완전히 백인으로 리메이크되었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와 1989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가 설령 백인이었다 하더라도 흑인 공주로 각색되는 게 뭐가 문제인가.
PC 피로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PC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많다. 그러나 그 부정적 결과 중 하나가 도널드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승리다. 그의 재임 동안 미국사회는 인종 갈등과 폭력, 혐오와 차별이 만연했고 권력의 사유화와 법치의 파괴로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후퇴했다. 다소 위선적인 측면이 있을지라도, PC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인종차별, 성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적 감정을 가감 없이 표출하는 혐오와 폭력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보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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