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있던 제도를 투쟁으로 되살리다
지난 3월 15일 감사원 앞에서 '직업병·직업성 암 노출 노동자 보호하지 못하는 건강관리카드, 제도개선 외면하는 고용노동부 직무유기 규탄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거제에서 6명의 노동자가 연차를 쓰며 감사원을 찾았습니다. 지속적인 건강관리카드 제도개선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기는커녕 정부가 산재보험 개악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위기감때문이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37조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건강장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물질에 노출된 노동자에게 직업병 조기발견 및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위해 건강관리카드 발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처음 해당 조항을 알았을 때 '우와, 이런 법이?'라고 감탄하고는 금세 탄식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현재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들은 제대로 보호받고 있을까요? 제가 속한 조선업의 경우"분진, 비파괴검사, 석면"등이 대상물질에 해당 될 것인데, 이마저도 분진의 경우"3년 이상 종사한 사람으로 흉부방사선 사진 상 진폐증이 인정되는 사람"이라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와 같이 거제시 소재 사업장에는 21년 2월 18일 대우조선지회의 건강관리카드 집단발급 투쟁으로 같은 해 4월에야 건강관리카드가 발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규정상 정부는 연 1회 이상 건강관리카드 발급대상 사업장에 발급 안내를 해야 하지만, 노동자가 문제제기 하지 않는 한 정부는 늘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해 왔습니다. 대우조선지회의 투쟁은 철옹성 같은 삼성중공업에도 건강권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22년 11월 삼성중공업 원·하청 노동자 5명에게 건강관리카드가 발급 건강관리카드 발급되었고, 이는 삼성중공업 노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졌습니다.
대우조선지회의 집단발급 신청 및 제도개선 투쟁 이후 산업안전보건공단은 22년 3월부터 27개 기관에서 담당하던 건강관리카드 발급 업무를 6개의 광역본부로 대폭 축소했습니다. 또, '건강관리카드발급업무 처리규정'은 2명 이상의 동료가 작성한 경력증명서 제출 시 사업주 경력확인서를 갈음한다고 하고 있음에도, 공단은 삼성중공업 사업주의 경력서 미제출을 핑계로 미발급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미발급 기준 또한 일관성이 없습니다. 한화오션 164명의 노동자는 사업주가 석면 노출을 인정한 경력증명서를 제출했지만 공단은 '노출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미발급 처리했습니다. 최근에는 건강관리카드를 발급한 삼성중공업 노동자에게 행정착오가 있었다면서 발급 취소를 통보하기까지 했습니다. 삼성에서 건강관리카드 발급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일련의 행태는 산재보험 제도 개악의 전초전이 아닐까 합니다. 십수 년간 사문화된 죽어있던 제도를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살아 숨 쉬게 만들었습니다. 당장 눈에 드러나지 않고, 생소한 주제이다 보니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하나의 물질에 국한하지 않고 소규모 사업장, 삼성반도체·전자 노동자를 포함하여'건강장해 발생 우려 물질'에 노출된 전체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계급의 모두의 문제로 이를 확산하고자 합니다.
건강관리카드 제도 개선 외에도 끝임 없이 발생하는 착취와 탄압에 맞서다 보니 감당하기 힘든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더디더라도 멈추지 않겠습니다. 세상은 분명 앞으로 나아갈 테니까요. 척박한 거제지역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정열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5월호에도 실렸습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우체국 집배원 근무 363시간 줄었다... 근무여건 큰 폭 개선인력증원·제도개선 주 7시간 근무, 일평균 배달물량 20.3% 감소, 지난해 업무상 사망 0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Gregory Elich 칼럼] 사드를 둘러싼 투쟁 (2)[Gregory Elich 칼럼] 사드를 둘러싼 투쟁 (2)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대통령 거부권에 분노한 시민들 “이제 우리가 저항권 행사할 때”‘거부권 통치’ 거부한 시민들 “남은 3년도 절망뿐, 이제는 투쟁 나서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백옥·마늘주사 그렇게 맞추더니”…작년 2조 육박, 실손 적자 ‘눈덩이’작년 실손보험 적자 1조9000억 경과손해율도 2.1%포인트 증가 비급여 주사료 보험금 증가세 커져 본지 ‘실손보험 대해부’ 6회 시리즈로 다뤄 금융당국, 제도개선 계속 추진할 방침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6만 명 참가하는 '전국생활대축전', 울산서 열린다울산 봄소풍에서 펼치는 운동회... 김두겸 시장 "스포츠 통한 대통합으로"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빛바랜 4·27 판문점선언 6주년…네 탓 공방 펼치는 정치권민주 “尹정부, 北과의 강 대 강 대치 멈춰야” 조국혁신당 “남부 냉기 뚫는 쇄빙선 되겠다” 국힘 “남은 건 北 도발뿐…文, 아직도 망상”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