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쟁범죄 기업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양영수씨가 끝내 사죄와 배상을 못 받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94.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 양영수씨.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일본 전쟁범죄 기업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양영수씨가 끝내 사죄와 배상을 못 받고 세상을 떠났다. 향년 94.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2차 손해배상 소송 원고로 나섰던 양씨가 11일 오후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 중 별세했다고 밝혔다. 1929년 광주에서 태어난 양씨는 1944년 3월 광주대성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그해 5월 “공부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일본인 담임 교사의 꾐에 빠져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됐다. 양씨는 “당시 오빠는 징용으로 끌려갔고 아버지가 늘 일본 순사에 쫓겨 다니면서 가정 형편도 좋지 않아 조금이라도 집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일본행을 결심했다”며 “뒤늦게 어머니가 알고 말렸지만 이미 몰래 빠져나오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양씨는 일본에서 하루에 8시간씩 비행기 부속품에 페인트칠을 하는 중노동에 시달렸다.
양씨는 또 “한 달에 한 번 목욕을 시켜줬는데 일본 사람들이 먼저 목욕하고 난 뒤에야 우리가 들어갈 수 있었다”며 “하지만 200여명을 한꺼번에 들어가라고 해 물구경도 제대로 못 했다. 한벌뿐인 작업복도 빨지 못해 몇 달씩 그대로 입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양씨는 해방 뒤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일본인 위안부와 근로정신대를 구별하지 못했던 당시 사회적 시선 때문에 또다시 고통을 받아야 했다. 양씨는 김재림씨와 고 오길애씨 유족, 고 심선애씨 유족 등과 함께 2014년 2월27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두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8월 1심에 이어 2018년 12월 2심도 승소했으나, 미쓰비시쪽의 상고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이 늦어지고 우리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추진하자, 양씨 등 원고 4명은 올해 3월 법원에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특허권에 대한 압류명령을 신청해 받아들여졌고 후속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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