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이 안타깝다면 여기로 와 주세요 대관령 산 국립대관령치유의숲 숲 산림치유 이준수 기자
나는 고집이 센 편이다. 패키지 여행보다는 자유 여행을 선호하고, 인스타 맛집에 줄 서기보다는 지역민에게 알음알음 소개받아 식당을 찾는다. 산행에 있어서도 내 나름의 기준을 포기하지 않는다. 강릉에 살고 있으니 주변에 좋은 산이 많다. 오대산과 설악산처럼 국립공원이 아니더라도 군데군데 훌륭한 산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산림치유지도사라는 분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도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산림치유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고, 국가 공인 자격증을 따기 위해 장기간 교육과 현장 경력 그리고 시험 합격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 어쨌거나 우리를 숲의 세계로 인도해 준 선생님을 마주하고 있으니, 근사한 산에 머물며 생계도 이어나가는 멋진 직업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숲의 초입에 둥글게 모여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산림 치유는 시작되었다. 간단하게 몸을 풀자, 몸 여기저기서 삐걱이는 소리가 났다.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뿍뿍 뻑뻑 관절음이 새어 나왔다. 나는 그것이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인의 내적 비명처럼 들렸다. 숲 가이드는 여기 오시는 분들이 다들 그렇다면서 우리에게 견갑골 스트레칭을 추천하였다. 컴퓨터를 자주 자용하여, 목과 어깨가 자주 뭉치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동작이었다.
걷다 보니 작은 물줄기가 나왔다. 고지대에서 흘러나와 대관령 옛길 계곡으로 향하는 지류였다. 수량이 풍부하지는 않았지만 물길을 따라 자리 잡은 바위와 부딪치며 동글동글 편안한 물소리를 내었다. 띠잉, 또다시 씽잉볼이 울렸다. 말 잘 듣는 유치원생처럼 나는 눈을 감았다. 시야가 차단되자 볼에 닿는 바람이 한결 선명하게 느껴졌다. 손바닥을 소라고둥 모양으로 만들어 귓바퀴에 대자 물소리의 울림이 커졌다. 불면에 시달리는 밤에 듣고 싶은 그리운 소리였다. 단순하면서도 편안한 자연의 율동 같은 것이 그 소리에 담겨있었다. 무의식 안에 영원토록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숲길이 었지만, 나는 때때로 멈추어 서서 햇볕을 쬐고 바람의 질감을 느꼈다. 녹색으로 둘러쳐진 숲의 보호막 속에서 충분히 보호받고 치유되는 감각이 있었다. 도시에서는 항상 무엇인가를 약간씩 잃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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