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예술영화 개봉신상 리뷰]
1895년 공식적인 최초의 영화가 탄생한 이후, 영화는 120여 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형태에 고착되지 않고 가파른 변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최초의 영화는 단순히 실제를 기록하는 짧은 클립에 불과했지만 10년도 되지 않아 스토리텔링을 갖추게 되고, 무성영화는 곧이어 '토키'로, 흑백 화면은 컬러 화면으로 교체된다.영상을 바탕으로 고정된 텍스트가 아니라 시각효과로 다수의 관객을 동시에 공략하는 영화 매체의 특성 덕분에 영화는 '대중예술'인 동시에 산업에 속하는 문화 장르가 되었다. 상업성이 멍에나 굴레 같지만, 그 덕분에 단시간에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며 다채로운 단면을 지닐 수 있게 되었다. 극지방부터 열대지역에 이르기까지 세계 어디에서나 영화를 만들고 즐긴다. 물론 대부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할애되긴 해도, 세계에는 측량하기 불가능할 만큼 다양한 형태와 방법론으로 차별화된 영화가 넘쳐난다.
그리고 영화의 위기를 논하는 와중에도 후발 주자는 여전히 급격한 변화에 놓여있다. 21세기 영화 실험의 핵심이라면 역시 텍스트 중심의 서사 구조에서 영상 문법으로만 구현 가능한 형태적 도전일 테다. 대중적으로는 낯설기 그지없지만, 영화제 같은 쇼케이스 공간들에서 목격되는 낯설지만 흥미로운 영화들은 화산이 끊임없이 분출하는 것처럼 용트림을 치고 있다. 영화는 여전히 완성된 형태가 아닐뿐더러, 어쩌면 세상이 끝나거나 장르 자체가 소멸할 때까지 계속 진화와 생성을 거듭할 것만 같다.종종 국제영화제들이 자신 넘치게 소개하는 21세기 새로운 영화 실험의 최전선을 목격하며 충격과 흥분에 빠지곤 한다. 반면에 국내 신진 감독들이 선보이는 관성화된 형태 영화들에 실망하는 반대급부도 자주 겪는다. 실험보다는 관습에 얽매이거나, 세계관과 시야의 한계를 노출하는 작업을 경험할 때마다, 이러다 넷플릭스에 팔기 위한 양산형 작업만 남는 것은 아닌가 염려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근심과 우려가 굳어지려 할 때마다 뭐라 형언하기 힘든 독특한 결의 영화들이 목격되곤 한다. 물론 제대로 설명하기도 쉽지 않고, 실험이 완성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남들이 하지 않은 것,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도전은 늘 신선한 자극으로 작동한다. 촬영 감독으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양근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는 제목 그대로 우리가 근래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풍경과 모호한 전개로 가득 차 있다.두 명의 젊은 남자와 여자가 연이어 등장한다. '기은'과 '기언'은 현실에서 무기력하다. 그들의 일상은 미래를 향한 꿈과 전망 따위는 찾을 수 없는, 그저 시간의 반복으로 점철되어 있다. 물론 현재 한국 사회에서 그들 또래의 청년 중 적지 않은 숫자가 비슷한 시간을 보내긴 하지만, 두 사람의 경우는 확연히 궤가 다르다. 이들은 척추질환을 앓고 있기에 병원과 집을 오가는 게 사실상 생활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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