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장녀의 서러움' 극복하게 해준 내 삶의 구원자 한국대중가요 봄에_듣기_좋은_노래 깊은_밤을_날아서 좋은노래 이문세 김혜원 기자
창밖이 어스름해지기 시작하는 초저녁, 멀리 있는 오라버니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수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는 막 꽃망울을 맺은 봄 나무처럼 한껏 물이 올라 있었다. 무엇인지 정확히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좋은 일이 있음을 짐작케 한 목소리였다."거, 참 아깝네 .네가 가진 LP들 중에 지금은 쉬 구할 수 없는 명반들도 많은데.. 오빠가 거금을 들여서 이번에 LP플레이어를 하나 마련했거든. 그래서 그 음반들 있으면 나한테 넘기라고 그럴랬는데.."
물론 이전에도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음악을 좋아하는 오라버니나 친구들과 함께 '음악다방'을 찾아 음악이 주는 위안에 깃들곤 했지만 내가 번 돈으로 처음 산 LP가 내 삶에 던진 구원의 밧줄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큰사진보기 ▲ 음악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가풍 덕분에 별로 좋지는 않았지만 '레코드 플레이어'는 집에 구비하고 있었기에 내 돈으로 그토록 사고 싶던 새 앨범을 사서 밤이 새도록 듣고 또 들었다. ⓒ pixabay대학을 졸업하기 전, 운이 좋아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금융기관에 취업이 됐었다. 하지만 나는 회사에 발을 들이던 그 순간부터 공간을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공기와 똑같은 제복을 입고 움직이던 사람들의 다소 굳은 표정에 기가 죽어버렸던 거 같다. 쉴 새 없이 이어지던 연수에서 툭, 툭 튀어나오던 전문용어들의 생경함은 뇌에 흡수되지 못한 채 자꾸만 밖으로 튕겨져 나갔고, 눈앞에 놓인 산더미 같은 현금다발은 거대한 압박으로 다가왔다.
뭐라고 그 이후에도 말이 제법 오래 이어진 거 같은데, 솔직히 나는 그때 '붉은색 속옷' 보다 '월급'이라는 한 단어에 귀가 번쩍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회사에 어색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지난 연수 기간을 보상해 주는 달콤한 당근! 머릿속으로 빠르게 사야 할 물품들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넉넉지 못한 가정에서 자랐기에 용돈조차 내가 벌거나 장학금을 받아 충당해야 했던 시절이 눈앞에 주마등처럼 흘렀다. 사회에 나와 열심히 일한 대가로 처음 받은 돈을 가치 있게 쓰고 싶어 달려간 레코드 가게였다. 다행히 음악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가풍 덕분에 별로 좋지는 않았지만 '레코드 플레이어'는 집에 구비하고 있었기에 내 돈으로 그토록 사고 싶던 새 앨범을 사서 밤이 새도록 듣고 또 들었다. 1987년 내 생일이 머지 않은 봄날의 어느 하루였다.
아마도 나는 이 B사이드의 첫 번째 곡인 '깊은 밤을 날아서'가 동화처럼 펼쳐 낸 양탄자를 타고 그 온전한 봄밤의 시간을 노래에 빠져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4집과 이어지는 5집에서의 이문세 목소리는 너무나 감미롭고 불가항력적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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