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름이 사는 법] '여경의 전설' 박미옥
경찰 역사상 첫 강력계 여형사, 최초의 여성 강력반장, 최초의 여성 마약범죄수사팀장, 강남경찰서 최초의 여성 강력계장. '최초'의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여형사의 새로운 역사를 써왔던 박미옥 형사. 탈옥수 신창원의 검거에 한몫을 한 것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당시 서울청 화재감식팀장이었다. 현장에 긴급출동해 밤새 숭례문이 타는 현장을 지켰다. 양녕대군이 쓴 현판이 불에 탔고, 새벽녘엔 2층이 붕괴했다."화재 원인을 밝히는 것과 동시에 향후 복원 순서를 유념해야겠다는 생각을 꼭 붙들고 있었다"는 박 반장은 대목장을 비롯한 문화재 복원전문가들을 긴급 수배해 '복원 가능한 감식'을 진행했다. 당시 상황을 다룬 글의 제목은 '형사, 감성으로 했습니다'였다. 형사와 감성,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두 단어를 쓴 배경부터 들어보자. 화재로 사라진 숭례문은 2013년 4월 마침내 복원됐다.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던 시민들의 마음을 읽은 박 반장의 감수성이 결과적으로 복원을 원활하게 한 것이 아닐까. 박 반장의 감성이 빛을 발한 사례로 1997년 1월 발생한 탈옥수 신창원 사건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주목을 받았던 탈옥수 신창원을 잡는데 이바지해 경위로 승진하고 특진을 거듭했다. 이 사건은 여형사 박미옥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되기도 했다.을 보면 신창원과 만났던 티켓다방 아가씨 10명을 만나, 그들이 신고하지 않고 오히려 탈주범과 연인관계로 발전한 이야기를 '추궁하지 않고 일단 그저 들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그리고 이들이 탈주범으로부터 '사람대접받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 잘 묘사돼 있다.
화제가 새로운 판례에 미치자 박 반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판례라는 게 판사가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범죄를 다루는 경찰, 형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권력 지향성이 강한 사람 혹은 출세나 성공에 가치관을 둔 사람은 그런 방식으로 수사하면서 살아가겠지요. 그렇지만 전국적으로 처리되는 사건 가운데 몇 건이나 보도가 되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런 비정상적인 공권력 행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건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굴러가고 있는 것은 정도에 벗어나는 시도가 있더라도 그보다는 건강한 에너지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제주시의 무근성 마을주민들이 저를 북 토크에 초청해주기도 했어요. 도서관이나 서점 같은 곳에서 저자와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일반적인데, 마을 분들이 자발적으로 행사를 기획해 저를 부른 것이지요. 그 자리에 가보니 남편, 아내, 아이들이 함께하고 있었는데, 역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연적으로 제기되는 '관계'에 대해 굉장히 의미 있게 생각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박 반장은 책의 뒷부분 '작가의 말'에서"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갔다가 한없이 울고 나면 도저히 쓸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었다"라고 토로하고 있다. '한없이 울고, 도저히 쓸 수 없는' 이야기는 어떤 것이었을까.
박 반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서재는 단순히 책을 진열해 놓은 공간이 아니다. 그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고, 새로 시작한 인생 2막의 핵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이 서재의 공간 구성은 통상적인 서재와는 다르다. 칸막이를 한 공간에서 혼자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고, 졸리면 낮잠을 자기에도 편리한 구조다. 마루에 걸터앉아 책을 꺼내 볼 수 있도록 곳곳에 책장이 설치돼 있다. 책상에 앉아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기에도 좋은 분위기다.퇴직 후 삶이 놀이가 되는 시간을 살아보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집약된 이곳에서 그는 '상담'을 하고 '대화'를 하고 '놀이'를 한다. 박 반장이 말하는 서재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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