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간절히 기도하는 것 같았다'…곁에서 지켜본 집필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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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간절히 기도하는 것 같았다'…곁에서 지켜본 집필 그 순간
노벨상 소설가노벨 문학상소설가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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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퇴근길 강변북로 위에 있었다. 나도 오늘만큼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의 편집자로서 뿌듯하게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 인간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며 상처 입은 영혼들이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소년이 온다』 중에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한강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퇴근길 강변북로 위에 있었다. 길게 늘어진 차량의 붉은 브레이크등을 졸린 눈으로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좋아하는 라디오가 끝난 뒤에는 듣고 싶은 게 없어 하품을 길게 하기도 했다. 그때 운전석 거치대에 꽂아둔 휴대폰이 연달아 울리기 시작했다. ‘한강’ ‘노벨상’ ‘최초’ 같은 단어들이 메시지 미리보기 알림에 떴다가 사라졌다. 짧게 사라진 단어들만 보고도 비명을 질렀다. 소설가 한강 이 국내 최초로 노벨 문학상 을 탔다. 이 상황을 형용할 단어가 내게는 없었다. 악, 으악, 우아 같은 감탄사를 차례로 내뱉으며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관련기사 행갈이의 지점, 여러 번 고심해 고친 단어는 물론이고 구두점의 위치 하나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놓인 것이 없었다. 연재를 하면서 한강 작가와 거의 매일 메일을 주고받고 전화통화를 했다. 연재를 하는 겨우내 출근한 뒤 가장 처음 하는 일은 업로드한 소설을 모니터링하면서 작가와 아침인사를 나누는 것이었다.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고 모니터를 바라보면 화면 너머로 앙상한 겨울나무가 펼쳐진 파주출판단지의 심학산 자락이 보였다. 어떤 날에는 눈이 덮였고, 어떤 날에는 강추위로 세상이 다 얼어붙은 것 같았다. 광주의 오월을 그려내는 한강 작가의 마음이 저 창밖과 같을 거라고 종종 떠올리곤 했다.

작가와 직접 만난 것은 연재를 다 마치고 난 뒤였다. 수개월 동안 메일을 주고받고 통화를 해서인지 오래 뵌 분 같았다. 사진 속 옅은 미소의 환한 얼굴일 거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작품에 모든 것을 쏟아낸 듯 마르고 지친 몸과 마음이 확연히 보여 가슴이 아팠다. ‘어린 새’ 한 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는 소설 속 열다섯 소년이 겹쳐 보였다. 위아래로 검은 옷을 입은 모습이 여전히 소설 속 인물들을 애도하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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