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예보 틀리기만 바랄 뿐...' 침수 공포에도 1년 만에 다시 꽉 찬 '반지하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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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예보 틀리기만 바랄 뿐...' 침수 공포에도 1년 만에 다시 꽉 찬 '반지하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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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사고 이후 3개월 정도가 지난 후에도 문의가 계속해서 증가했습니다. 집수리가 끝난 원주민들이 복귀하는 한편, 싼 가격의 집을 찾는 청년들과 외국인 노동자들도지 않았습니다.

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반지하 주택에서 거주민이 올여름 폭우에 대비해 현관문에 설치된 차수판 설치대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나광현 기자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집에서 만난 하모씨는 연신 한숨을 쉬었다. 1년 전 100년 만이라는 ‘물폭탄’이 덮쳤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서늘하다. 빗소리는 그칠 줄 몰랐고, 집 앞 골목은 작은 강을 이뤘다. 주방과 변기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등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러나 하씨는 침수 보수를 할 때만 잠시 집을 비웠을 뿐, 이내 보금자리로 되돌아와야 했다. 올여름에도 집중호우가 예상된다는 소식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그는 “혹시 몰라 고교생 딸에게는 학교 기숙사에서 여름을 나라고 했다”며 씁쓸해했다.하씨 동네에선 지난해 8월 기록적 폭우로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고립됐다가 결국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10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한산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반지하촌’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요즘 장마에 대비해 침수 취약 반지하 주택을 대상으로 차수판, 개폐형 방범창, 역류방지시설 등을 설치하고, 빗물받이를 일제히 정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폭우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 '반지하 제로' 사업도 지지부진정부와 지자체도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폭우 직후 반지하를 특정한 바우처 지급,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세임대주택 지원책 등을 내놨다. 반지하 거주자들을 대거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별반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바우처는 반지하 거주자가 지상으로 거처를 옮기면 최대 2년간 월세 20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다만 금액이 적은 데다, 지원 기간이 끝나면 원래 살던 집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 선호도가 낮다.

지상층 전세 계약을 할 때 연 2% 저리로 최대 1억3,000만 원의 보증금을 지원하는 LH 전세 지원제 역시 저소득층엔 ‘그림의 떡’이다. 하씨만 해도 지금 살고 있는 집과 비슷한 크기의 인근 지상층 전세 매물은 최소 2억 원이다. LH 지원금을 빼고도 7,000만 원이 필요한데 건강이 나빠 일을 못 하고 아내 월급 150만 원으로 생계를 꾸리는 그에겐 구하기 힘든 돈이다. 실제 서울시가 파악한 관내 침수 우려 반지하 가구 2만8,000호 중 바우처 지원을 받아 이주한 가구는 970호에 그쳤다. 지난해 침수 피해를 겪은 반지하 주민 가운데 LH 전세 지원을 받은 가구 수는 정확한 집계조차 없다.서울시가 서울주택도시공사를 통해 반지하가 포함된 다세대주택 등을 일괄 매입하는 사업 역시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목표치 중 지난달 31일 기준 98호만 매입을 완료했다.

신규공급 제한 등 장기 대안 필요 서울시 사례만 봐도 저렴함이 최대 미덕인 반지하 주택의 상대적 가치를 외면한 채 당장 없애버리겠다는 식의 접근으로는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지하가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할 거주 형태인 건 맞다”면서도 “많은 주민이 실거주하는 현실을 고려해 신규 공급을 제한하고 재개발 등 정비사업 과정에서 자연스레 퇴출을 유도하는 장기적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도 “공공임대주택 추가 공급 등 정부 정책과 연동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0 0 공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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