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법원·검찰에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 정상적인 재판 진행이 불가능하다'며 '재판부 역시 피고인들이 문제삼을 것을 우려해 판사가 바뀔 때마다 이미 한 재판을 계속 갱신한다'고 말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 지연 기술은 법률시장에서 상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며 '불리한 의뢰인들은 재판을 질질 끌어달라 하고, 재판부도 알면서 모르는 척 넘어간다'고 말했다. A씨의 변호사는 '남편 측이 항소이유서를 일부러 늦게 낸 데다, 재판부까지 물어본 내용을 계속 다시 물으며 선고를 5번 미뤘다'며 '지난해 3월 사실상 재판은 끝났는데 최종 확정된 건 올 1월'이라고 말했다.
2010년 3월 31일 검찰의 공무집행방해 혐의 공소장 취지는 간단했다. 당시 최종주씨 등 시민단체 ‘ 좋은사법세상 ’ 회원 4명이 과거 최씨 손해배상소송을 패소 판결한 판사가 대법관이 되자 “대법관이 범죄를 저질렀다”며 불법 시위를 벌이다가 불구속 기소된 사건이었다. 이후 이 사건은 14년 6개월째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중이다.
14년간 62번의 재판 동안 이들은 재판부를 바꿔달라는 기피신청 13회, 각종 이의신청 6회, 항고·재항고 등을 반복했다. 이른바 ‘재판 지연 기술’로 알려진 것들이다. 그 사이 재판장은 13번 바뀌었고, 이들을 거쳐간 변호사만 12명이다. 올해 재판은 지난 25일 딱 한 번 열렸다. 검찰은 “법원·검찰에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 정상적인 재판 진행이 불가능하다”며 “재판부 역시 피고인들이 문제삼을 것을 우려해 판사가 바뀔 때마다 이미 한 재판을 계속 갱신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재판이 늦어지길 바란 게 아니다. 공익을 위한 시위였기에 백절불굴로 무죄를 다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첩 사건이 대표적이다. 30일 청주지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4년을 선고받은 주범 박모씨 등 일명 ‘청주 간첩단’ 사건은 1심 선고에만 3년이 걸렸다. 이들은 변호인을 8번 교체하며 기록 파악을 이유로 기일을 미루고, 재판부 기피신청을 5번 반복하는 식으로 시간을 끌었다. 서울중앙지법 ‘자통민중전위’ 사건, 제주지법 ‘ㅎㄱㅎ’ 사건, 수원지법 ‘민주노총 침투 간첩단’ 사건 1심도 같은 상황이다. 국민참여재판 신청이나 재판부 고발, 위헌심판 제청, 관할이전 신청 등이 지연 수단으로 동원됐다. 그사이 간첩 혐의 피고인이 구속기한 만료로 풀려났다.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의 재판권을 제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 지연 기술은 법률시장에서 상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며 “불리한 의뢰인들은 재판을 질질 끌어달라 하고, 재판부도 알면서 모르는 척 넘어간다”고 말했다.
A씨의 변호사는 “남편 측이 항소이유서를 일부러 늦게 낸 데다, 재판부까지 물어본 내용을 계속 다시 물으며 선고를 5번 미뤘다”며 “지난해 3월 사실상 재판은 끝났는데 최종 확정된 건 올 1월”이라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이혼으로 분할 받은 재산 4000만원보다 많은 4150만원을 위자료로 줘야 했다. 지연이자만 1150만원에 달했다.법원 사정으로 재판을 끄는 경우도 많다. 매년 2월 법관 정기인사로 재판부가 바뀌면서 하는 재판 갱신 절차가 그중 하나다. 검찰 관계자는 “간이 절차도 가능한데 피고인이 반대하면 그간 증인신문 녹취파일 등을 모두 다시 들어야 한다”며 “수년을 끈 사건은 녹취록을 듣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온 뒤로 사무분담 장기화 제도를 통해 갱신 절차를 최소화하는 등 점진적 개선을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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