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시행이 파행을 거듭하는 것은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을 경우 수익금의 22∼27.5%(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원천징수한다”. 금투세에 관해 알려진 대표적 정의다.
[주간경향]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도입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 다시 한 번 중대기로에 섰다.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금투세는 도입 당시 이미 시행을 2년 연기한 바 있다. 예정대로라면 2023년 1월 1일 금투세가 시행돼야 한다. 하지만 국회는 이번에도 ‘2년 유예’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 역시 금투세 도입에 부정적 입장이다. 이쯤 되면 정치권이 본래 취지대로 자본시장을 선진화할 생각이 없거나 애초에 금투세가 자본시장을 선진화한다는 주장은 과장된 구호였던 셈이다.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금투세는 여야 합의에 따라 입법화된 만큼 예정대로 시행한다’에서 ‘정부가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 방침을 철회하고, 증권거래세를 0.15%로 더 낮추면 금투세 유예를 검토하겠다’는 조건부 유예로 변했다. 정부가 민주당 협상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논의는 공전 중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유예를 주장한 이 대표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문제였던 금투세가 어느새 정치문제로 변모했다.금투세를 둘러싼 논란이 정쟁화되면서 부각되지 않는 것이 있다. 애초에 ‘왜 금투세를 도입하려고 했는가’, ‘금투세를 통해 기대한 효과가 무엇인가’ 등이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에서 본격 논의됐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2018년 12월 자본시장 활성화 특위를 출범시켰다. 핵심 키워드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였다. 현재는 제도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들로 이런저런 주장들이 난무하지만 금투세의 본질은 ‘세금’이다.
국내상장주식과 국내주식형펀드의 기본공제금액이 5000만원이라는 점을 들어 ‘세금폭탄’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 역시 현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3년간, 5대 증권사 고객 중 연간 투자이익이 5000만원이 넘는 대상은 전체 투자자 2309만4832명의 0.9%인 20만1843명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런데 해당 자료는 개인투자자별이 아닌 증권사별로 합산했기 때문에 왜곡이 있다. 즉 A라는 사람이 여러 증권사 계좌로 투자를 한 경우 A가 계좌 합산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더라도 한 계좌에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거두지 않았다면 금투세 대상으로 잡히지 않는다. 이에 따라 비교군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가 2008~2018년 동안 11개 증권사의 주식 거래 내역을 분석해 추산한 금투세 과세 대상 인원은 약 15만명이다. 2개 자료의 추산치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금투세를 걷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낮춰 개인투자자의 불이익을 없앤다고 하는데 그 논리대로 해도 거래 규모가 작은 개인투자자들 각각이 얻는 이득은 미미한 반면, 거래 규모가 큰 외국인·기관은 큰 이득을 보게 된다”며 “금투세 도입 목적이 단타전문 외국인·기관들의 증권거래세를 낮춰주는 데 있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측에 해당 문제에 대한 보완책이 있느냐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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