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의 '세서미스트리트' 꿈꾸는 EBS 이지현 PD
현실과 닮았다. 휠체어를 탄 하늘이, 피부색이 어두운 다문화가정 출신 마리, 자폐 스펙트럼장애를 가진 별이, 태권도를 좋아하는 여자아이 하리, 할아버지와 단둘이 함께 사는 조아까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이 모였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흔히 보이는 휠체어 이동을 위한 경사로도 보였다. 이곳은 EBS 1TV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촬영장. 그동안 EBS가 선보인 펭수, 번개맨, 뿡뿡이와 같이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환상 속 세계와 달랐다. 어린이 프로그램의 리얼리즘이랄까.지난 8월 18일 국내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최초로 자폐 스펙트럼 아동 별이가 에 등장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지난 24일 경기도 일산 EBS 본사에 있는 촬영현장에서 이지현 PD를 만났다. 별이 등장 이후 사람들 반응과 달라진 점들을 들어봤다. 이 PD는"사람들의 관심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다"고 했다.
"별이에 대한 많은 관심은 여전히 사회가 자폐 아동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죠. 그동안 자폐 아동을 등한시해왔던 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현실에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여전히 장애아동을 특이하고 특별한 존재로 보는 것 같습니다. 갈 길이 머네요.""'안녕 별아'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 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후속작이 언제 나오는지 묻는 질문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별이 출연 빈도를 늘렸습니다. 원래는 일주일에 한 개 코너 정도 출연시키려 했는데 이젠 일주일에 세 번은 고정적으로 나와요.""별이가 등장하는 회차는 1.5에서 2배 정도 시간이 더 걸려요. 마음대로 원고를 쓰지 못하고 자문을 받아야 합니다. 인력 여건도 넉넉하지 않다보니 PD들도 촬영하면서 한 장면을 찍더라도 조금 더 생각을 많이 해야죠.""별이는 보통 자기 것에 몰입해있는 상태라 대사가 많지 않아요.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면 저희도 이제까지 쌓아왔던 노력들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듭니다. 지금까지는 취지를 인정해주시고 잘하고 있다는 격려가 더 많은 상황이니까요. 장애아동의 경우는 손 인형 캐릭터뿐 아니라 실제 시각, 청각 장애를 가진 아역 배우들이 딩동댕 유치원에 출연했습니다. 지상파 매체다 보니 한 발을 가면 비난을 받는 경우가 있었으니, 선을 타면서도 반 발씩 앞으로 나아가야죠.""국민 정서를 고려하면서도 필요한 얘기를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왜 그런 걸 해야하냐'라고 말할 때, 전 반대의 질문을 던집니다. '왜 그런 걸 하면 안 되나' 같은 식으로요. 필요한 얘기를 하면서도 선을 타는 요령이 생긴 건 제가 직접 아이를 키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려운 이슈를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실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 정도면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겠다는 감이 오는 거죠.
"가르기를 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의 모토가 '알고 이해하면 함께할 수 있다'에요. 상대가 왜 이러는지 알면 이해할 수 있고 그러면 함께할 방법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안 그렇죠. 계속 가르기를 하잖아요. 남자와 여자를 가르고 인종과 장애여부에 따라 가르잖아요.""결국 어른들이 해결해야죠. 뉴스에 나오는 사회 이슈들이나 가르기를 하는 상황은 어른들 때문이죠. 요즘은 6,7살만 돼도 친구들한테 몇 평 사는지 묻고 구분 짓거든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이게 더 심해지고요.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들은 얘기가 있어서 그런 거에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사회적 감수성을 다뤘던 프로그램에선 어른들이 보기에 불편한 아이템들이 꽤 있었어요. 예를 들면 여자아이에게 엄마가 분홍색 옷이나 원피스 입으라고 하는 내용이 있고, 부부싸움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어른들이 보기에 불편할 수 있잖아요. 어른들이 정신 차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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