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죽을지도' 어느 커리 식당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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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죽을지도' 어느 커리 식당 잔혹사 이주민 네팔 정윤영 기자

▲ D식당은 '한국인 아내와 네팔인 남편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으로 이루어진' 식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국경을 초월한 사랑에 오로지 부부 간의 사랑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창카와 라메시 모두 가족을 만나지 못한 지 3년이 넘었다. ⓒ 정윤영'일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정말 그랬다. 너무 힘들어서 내뱉는 말이 아니었다. 커리 전문점 D식당의 네팔 출신 요리사 창카는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11까지 하루 14시간을 일한다. 휴게시간이나 식사 시간은 따로 없고 눈치 봐서 손님 적은 시간에 빨리 한 끼 때운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나 사장 친구들이 식당에 오는 날은 새벽 2~3시까지 일하기도 한다. 코로나 방역 지침으로 영업 제한이 있던 때를 제외하고는 퇴근 시간이랄 게 없었다.

한국에 온 첫 일 년은 휴일이 하루도 없었다. '식당에 와서 밥 먹으라'는 사장의 호의가 시작이었다. 창카 역시 '갈 데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도 할 줄 모르니까' 식당에 가는 게 편했다. 휴일이어도 식당에 앉아있으면 일을 하게 됐다. 밥 먹으러 오라는 호의는 곧 '그냥 일하라'는 명령으로 바뀌어 '쉬게 해달라'는 호소도 거절당했다. R씨는 창카에게 한국행을 제안하며 월급 800달러라고, 하루에 8시간 일하고 주 1회 휴무에 일 년마다 월급을 올려준다고 했다. 가족들과 떨어져 한국으로 갈 만한 조건이었다. 비자를 포함한 비용 650만 원을 구하는 게 문제였는데 온 가족 친지, 아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해결했다. 650만 원을 R씨에게 지불하고 한국으로 일하러 올 수 있었다. ▲ 사장과 매니저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업무 관련 대화를 나눴다. 사진은 매니저가 밀린 월급 4개월 치와 리턴머니를 정산해서 보낸 메모. ⓒ 최미숙 노무사

돌려주지 않으면 '비자 연장 안 해준다', '네팔로 돌려보내겠다'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창카 계좌에서는 670만 원이 한 번에 인출되지 않아, 100만 원씩 일곱 번에 걸쳐 현금을 뽑아 돌려줬다. 그런 뒤 어떤 서류에 지문을 찍었는데, 다른 때와 달리 R이 창카의 양손을 잡고선 엄지에 인주를 묻혀 강압적으로 날인을 찍었다. "사장이 월급 올려준다는 말만 믿었어요. 맨날 네팔 다녀와서 주겠다고 미루고 미루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또 미루니까 너무 괴로웠죠. 사장 말만 믿고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내가 너무 바보 같았어요. 이렇게 일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웬만한 건 다 괜찮다던 창카지만, 10년 넘게 일해도 월급이 100만 원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내내 괴로웠다. 다른 식당은 3년 차 요리사도 월 150만 원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괜찮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식당을 옮기고 싶었다.

서류 내용을 알고 서명한 적도 있다. 코로나 영업 제한이 있던 때 창카는 하루에 4시간만 근무한다는 서류에 서명한 게 생각난다며 통역을 부탁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가방을 열더니 10년 동안 사용한 통장과 근무일이 적힌 노트, 사장과 주고받은 메시지 사본 등 온갖 서류를 꺼내 보여주었다. 밀린 월급과 퇴직금을 달라고 하자 '너한테 이렇게 큰돈은 줄 수 없다'고 말을 잘랐다. 그러고는 새로운 총괄 매니저라며 L을 데려왔다. L은 커리 전문점 K식당의 사장이었고, 그 역시 임금 체불로 노동부 조사를 받는 중이었다. L은 신고를 철회하라며 비자 안 해준다고 협박하고 두 사람에게 숙식 비용으로 2억 7천만 원을 청구했다.

작년 4월, 느닷없이 사장이 라제쉬의 숙소로 찾아와 출입국관리사무소로 그를 데려갔다. 사장은 서명 하나를 받더니, 올해는 비자가 연장되지 않았다며 인도로 돌아가라고 비행기 표를 내밀었다. 라제쉬는 한 달 전에 했어야 할 비자 갱신을 사장이 하지 않았고, 비자 만료 직전에 자신을 강제 출국시키려 했다는 걸 알았다. 이런 일이 자신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도, 밀린 월급과 퇴직금을 주지 않는 사장만의 사업비결이라는 것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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