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창원유족회, 유족 증언 담은 책 펴내
책장을 넘길수록 먹먹함은 더해만 갔다. 아버지와 오빠가 언제, 어떻게, 왜 죽었는지, 그리고 어디에 묻혀 있는지도 모른 채 70년 넘는 세월을 고통 속에 살아온 이들의 피맺힌 증언을 읽으니 가슴이 더 무거워졌다.한때 누구나 함부로 말할 수 없었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의 참혹함을 유족의 입을 통해 어렵게 들추어냈다. 정당한 재판 절차도 없이 군인‧경찰이라는 국가에 의해 집단으로 학살 당했던 민간인들의 억울한 사연이 70년이 훨씬 지나서 나왔다.
당시 22세였던 오빠가 학살을 당했던 김아무개씨는"부보님은 하나뿐인 아들이 돌아오지 않으니 매일 장독 위에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를 드렸고, 아들이 보고 싶어 술을 마시며 가슴을 치면서 평생을 살았다"라고 했다.당시 35세 아버지를 잃었던 김아무개씨는"할머니께서는 매일 아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며 밤낮으로 울부짖는 소리가 온 동네를 울렸다 하고, 저의 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매일 집안에 사진만 걸어놓고 하루 빨리 오시기만을 기다렸다"라고 회상했다. 자신이 두 살 때 29세의 아버지를 잃은 이아무개씨는"할머니께서는 아버지가 마산형무소로 갔다고 해서, 음력 7월 15일 찾아가니 마산형무소에 있었던 사람들이 아무도 없고 지난 밤에 사람들을 트럭에 싣고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형무소를 텅텅 비워져 있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연좌제 피해와 관련해 그는"군대에서 사병으로 복무하면서 무척 친한 동기와 함께 간부로 지원하기로 했지만, 저는 당시 형의 일 때문에 신원조회로 화가 미칠 것이 두려워 간부지원을 포기했다"라며"간부에 지원했던 동기는 후일 대령까지 진급해 군생활을 마쳤다"라고 털어놓았다. 김영만 고문은 경남도·창원시와 유족회가 2022년 11월 마산 가포 바닷가에 세운 추모위령탑에 대해"제막식 때 그 자리에 온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은 말을 한 마디씩 '아, 명당이다' 하고 소리쳤다. 그 말을 하는 순간 갈 곳 없어 수십 년 구천을 헤매던 원혼들께서 이곳을 찾아오신 느낌이 확 다가왔다"라고 말했다. 위령탑은 괭이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세워진 것이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거제에서 펼치는 '건강관리카드 제도개선' 투쟁죽어 있던 제도를 투쟁으로 되살리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시민 광장에 학살자 동상을 세우겠다고?[수산봉수 제주살이] 광장의 주인은 이승만·박정희가 아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단독] 전삼노 집행부, 삼성 근로자위원 후보에 사퇴 회유 논란전삼노 평택지부장직 지지 제안하며 근로자위원 유력후보에 단일화 종용 익명게시판서 “후보매수 아니냐” 논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홍준표 ‘의사는 공인’ 발언에…의협 회장 “돼지발정제 쓴 사람이 대통령 후보”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파업 철회를 촉구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돼지 발정제로 성범죄에 가담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고 시장을 하는 것도 기가 찰 노릇”이라고 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저도 잘 살고 싶었다”던 고인의 유서... 전세사기 피해자들 “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전세사기 피해자들 국회서 기자회견 개최... “정부여당, 피해자들 다 죽어 나가야 움직일 건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김영민의 생각의 공화국] 참으로 어렵구나, ‘참꼰대’ 노릇 하기이렇게 조언을 하려면 학생의 글을 읽으며 그 글의 청중을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하고, 논지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구성을 판별해야 하고, 문체를 잘 감각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정도 이상으로 좋은 학점을 주는 일은 학생들에게 아부하는 짓이다. 실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본인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피평가자에게 아부하지 말아야 하고, 미움받을 용기가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강심장이어야 한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