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핑계고 '유아차' 자막 논란과 편의점 알바생 폭행 사건... 당신이 진짜 분노해야 할 것은
잠잠하다 싶더니 또 나타났다. 어느 날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것이 아니다. 두더지처럼 땅속을 떠돌다 불쑥 고개를 내밀고는 이번엔 '유아차'라는 단어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당신은 잔뜩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두려워하고 있다. 분노는 위기 상황에서 느끼는 공포에서 비롯된다. 당신에게 닥친 위기 상황은 바로 시대의 변화다. 그것도 여성들이 앞장서서 주도하는.
제작진이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며 '유아차'로 대체한 이유는 세상 무해하게 들리는 '유모차'라는 단어에 성차별적 의식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모차는 어린아이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수레를 뜻한다. 그런데 유모차를 미는 사람이 꼭 어머니만은 아니다. 아버지나, 조부모 혹은 다른 보호자가 사용할 수도 있는데, 굳이 '어미 모' 자를 쓰는 것은 육아 책임이 어머니에게 있다고 한정 짓는다. 페미 낙인에서 페미 색출로 이어지는 유구한 마녀사냥의 역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의 김자연 성우는 트위터에 사진 한 장을 업로드했는데, 이후 '남혐 논란'에 휩싸이며 녹음한 음성이 삭제되고 말았다. 사진 속 티셔츠에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에는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교체된 일러스트 작가 6명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콘텐츠 불공정 행위로 신고하기도 했다.GS25는 행사 포스터에 엄지와 검지로 소시지를 집는 일러스트를 사용했는데 엄지와 검지의 모양은 메갈리아의 로고와 유사하며, 여기서 소시지는 남성의 작은 성기를 은유한다는 억측에 시달렸다. 결국 디자이너는"저는 아들, 남편 있는 워킹맘으로 남성 혐오와 거리가 아주 멀고, 손의 이미지가 메갈이나 페미를 뜻하는 표식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라고 해명해야 했다.
당신은 기만자가 아니다. 스스로 자기 연민과 정당성을 부여하며 당신이 믿고자 하는 것을 믿을 뿐이다. 황당한 음모론을 퍼트려 자신의 생각을 지키려는 것뿐이다. 하지만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고 해서 당신의 비상식적인 주장이 그에 걸맞은 가치가 있다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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