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은 삶을 살아온 내게 가장 의미 있고 영향을 많이 준 운동이 무엇이었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역사회탁아소연합회 활동'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1985년부터 1996년까지 아이를 돌보는 현장과 현장을 돌보는 사무국에서 일하며 지역사회탁아소연합회(이하 '지탁연') 활동을 했다. 지탁연...
1985년부터 1996년까지 아이를 돌보는 현장과 현장을 돌보는 사무국에서 일하며 지역사회탁아소연합회 활동을 했다. 지탁연은 지역사회 아동교사회로 시작해서 몇 날 며칠을 머리를 맞대고 격론 끝에 만들어낸 조직명이다. 그때는 문구 하나 제목 하나까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채택했다.
탁아활동가들은 주로 신앙에 기초했거나, 사회과학적 인식에 기반했거나, 1970년대 민주노조 운동을 주도해 결혼 이후 육아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었다. 손이 모자라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미처 돌보지 못하는 수많은 아이들의 육아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가 당시의 가장 큰 과제였다. 활동가들은 낮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밤에는 모여서 공부하는 멀티 플레이어들이었다. 이는 부모의 아픔을 위로하고 어른으로서 반성하는 '성문밖 교회'에서의 '혜영이 용철이 위령제'로 이어졌다. 아마도 적절한 장소를 구하지 못해 교회에서 했던 것일 텐데, 위령제를 허락하셨던 목사님은 교단에서 처분을 받아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들었다. '백제 화장터'에서 혜영이와 용철이의 유골함을 가슴에 품고 나오던 부모의 참담한 모습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지탁연은 동지로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곳이었다. 밤을 지새우며 토론하고 헌신적으로 아이를 돌보며 치열하게 살았다. 아이를 돌본다고 해서 그 치열함이 다른 운동에 비해 덜하지는 않았다. 낮에는 아이를 돌보고 밤에는 모임을 하면서, 지역의 공동체성을 살리고 여성에게 닫혀 있는 벽을 깨기 위해서, 내가 돌보는 아이들의 참교육을 위해서, 정말 정성을 다했다.지역·여성·아동의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 우리는 탁아운동론을 정립하기 시작했다. 여성운동으로서의 탁아운동, 지역운동으로서의 탁아운동, 교육운동으로서의 탁아운동으로 나열되던 문제를 끊임없이 토론하면서, 마침내 '탁아운동이란 여성과 가정에게 지워졌던 육아의 문제를 사회화시켜내는 운동'으로 정리됐다.
탁아법 제정을 요구할 때는 '어머니 대회'를 문화적인 나눔 잔치로, 서로를 격려할 때는 '어머니 큰 잔치'로, 그때마다 대학의 강당과 운동장은 우리의 대회의장이었고 잔치를 위한 장이 됐다. 100여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와 1500명이 넘는 부모들이 함께 했다.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축제였고 외침이었다. '8시간 일하고, 8시간 잠자고, 8시간 쉬고 싶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 걸렸을 때의 감격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형식적인 제도가 마련됐다고 해서 8시간 일하고, 8시간 잠자고, 8시간 쉬는 것이 아직도 쉽지 않은 현실에 씁쓸해지기도 한다.
일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사무국이 필요했는데, 사무실 유지비며 인건비가 만만치 않았다. 정현백 교수님이 독일의 NGO인 '인간의 대지'와 연계해 주셔서 연간 3000만 원의 지원을 약 3년간 받을 수 있었고, 그 기반 위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 3년이 지나자,"이제는 너희 나라도 제1세계가 되었으니 제3세계로 지원을 옮겨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기획돼 운영되던 것이 '우리네 방앗간'이었고, 그 책임은 온전히 내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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