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최은영 소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보면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곤 한다. 술기운을 빌려 가끔은 인생에 대한 푸념과 해결되지 않을 고민들을 종종 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위로답지 않은 위로가 들려오곤 한다. 친구 딴엔 위로로 한 말이겠지만, 술김에 부끄러움을 감추고 입을 뗀 나에겐 기운이 주욱 빠지는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체념이 아닌 위로가 필요했었나. 나 역시도"그래...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씁쓸하게 소주잔을 비운다.
여성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가장 많이 놓이는 때는 바로 결혼과 육아를 맞닥뜨릴 때이다. 여성은 결혼 후 '아내'라는 지위에, 출산 후 '엄마'라는 위치에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게 된다. 민혁은 '소리'를 어른스럽다고 칭찬하는 이들에게 정색하며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고 말한다. 또, 잔인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빨리 철이 들어야 한다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의 규칙을 경계한다.단편 '이모에게'에 등장한 나의 '이모' 역시 어쩔 수 없는 세상에서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상적이고 고집스러운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다르게 말하면 남들이 정한 대로 살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인생을 수월하게 살 수 있는 마법 같은 문장이 될 수도 있고, 스스로를 상실하는 파괴적인 문장이 될 수도 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도저히 견디기 힘든 날에 우리는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죄의식과 책임감에서 잠시 벗어나 실패자가 된 느낌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분명 긍정적인 정신상태를 가져오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사과가 한우보다 비싸진다고?'...추석 앞둔 사과 주산지 장수에 가다[앵커]올해 냉해와 폭우, 폭염, 태풍 등 종잡을 수 없는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사과가 한우보다 비싸진다고?'...추석 앞둔 사과 주산지 장수에 가다[앵커]올해 냉해와 폭우, 폭염, 태풍 등 종잡을 수 없는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단독] 대통령실, ‘나라장터’ 미등록 업체와 ‘오염수 영상’ 수의계약위성곤 의원 “공공기관 경쟁입찰 참여할 수 없는 업체…의구심 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언론사 퇴출' 거론한 이동관... '스스로 탄핵 명분 쌓는 것'[분석] '뉴스타파' 겨냥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추진 언급 ... "자유민주주의 국가서 있을 수 없는 일" 비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힙하게' 김희원 라이팅 떴다! 훅 치고 들어온 '5551' 로맨스'힙하게'가 한 번 보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마성의 로맨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JTBC 토일드라마 '힙하게'(연출 김석윤, 극본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프랑스에서는 볼 수 없는, '선진국 한국'의 섬뜩한 광고3년 만에 방문한 한국... 이 사회는 '전체주의'로 가고 있는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