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일동 이사 후 3년이 지난 6월 26일 만난 김씨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먼 곳으로 이사했는데, 오히려 가족의 행복과 더 멀어진 것 같다'고 한탄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2014년 한국노동패널조사에 참여한 만 15세~만 74세 인구 약 1만명을 분석한 결과 통근 시간이 60분 미만인 집단에선 가족 활동에 90분 이상 투입한다는 응답자가 39%였지만, 통근 시간이 150분 이상일 경우엔 21%로 급감했다. 또 통근 시간이 60분 미만일 경우 매일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는 응답자가 절반 이상(52%)인 것과 달리 150분 이상일 경우 33%로 낮아졌다.
중앙일보는 서울시의 통신기지국 빅데이터인 ‘서울 생활이동 데이터’를 자체 분석해 출근시간대 유입인구가 많은 ‘출근 1번지’ 6개 동을 선정했습니다. 이후 출근 1번지로 출근하는 인구가 일정 수 이상인 서울·경기·인천의 행정동을 추린 뒤 이 중 통근시간이 가장 긴 곳에 사는 ‘장거리 지역 통근자’와 통근 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 사는 ‘최다 이동 지역 통근자’ 12명을 동행·심층 인터뷰했습니다. 이를 통해 통근거리가 규정하는 이들의 삶을 ①삶의질 ②가족관계 ③건강 ④업무성과 ⑤경제적 상황 등 5가지 측면에서 따져봤습니다.출퇴근지옥③ : 출퇴근 거리와 가족관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살던 보험설계사 김미숙씨는 2020년 3월 강동구 상일동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상일동은 서울 동쪽 끝자락에 있다. 사무실이 있는 명동까지 출근하려면 1시간30분 가량 걸리지만, 큰아들 중학교 진학에 맞춰 더 나은 교육환경을 찾아 이사를 결정했다.
이날 오전 7시에 기상한 김씨는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다 말았다. 아이들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다. “빨리 씻어라. 꼼지락거리면 안 된다”는 고성이 집안에 쩌렁쩌렁 울리자, 아이들도 짜증을 부렸다. 아이들이 밥을 먹는 사이 화장을 절반 정도 마친 김씨는 오전 8시10분쯤 초등학생 딸과 함께 집을 나섰다. 아이들 등교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설 수 있는 것도 “출근을 오전 10시로 늦춰주지 않으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며 회사에 읍소한 끝에 얻어낸 성과다.8시20분쯤, 5호선 상일동역에 도착한 김씨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플랫폼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지하철에 탑승한 김씨는 분기역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자 “여기서 못 앉으면 절대 못 앉아 간다”며 황급히 자리를 잡았다. 이어 나머지 화장을 마무리한 뒤, 업무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환승역에서 내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다음 역에 닿을 때야 깨닫고 열차를 갈아탄 김씨는 간신히 10시 출근에 성공했다.
김씨는 퇴근길도 분주하다. 오후 6시. 김씨는 퇴근 지하철에 오르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 ‘배달앱’부터 켰다. 김씨는 “전농동에 살 땐 주중에도 매일 저녁을 챙겨줬다. 당시 별명이 ‘김장금’이었다”며 “이제 어쩔 수 없이 주 3회 정도는 배달 음식을 시킨다”고 말했다. “건강식 반찬을 골라야 한다”며 한참 스마트폰을 뒤적이던 김씨는 이날 찜닭 메뉴를 주문했다. “퇴근 이후, 못 챙겼다는 마음에 ‘숙제하라’고 아이들에게 큰 소리 낼 때가 많다. 못 챙겨주는 게 미안해 그런 건데 아이들은 그걸 또 몰라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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