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야만 한다, 민주주의와 혁이를'…이한열 열사 쓰러진 뒤 만화동아리 학생들이 남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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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날적이’에는 유독 ‘혁’이라는 이름이 많이 언급된다. ‘혁’은 ‘혁명’의 준말로 이한열 열사의 별칭이기도 하다.

“전방입소 공청회는 86들의 참여 속에 활발한 의견 개진이 있었으나 87들이 많이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아듀! 만사랑.” 지난 1987년에 만들어진 연세대 만화 동아리 ‘만화사랑’ 날적이에 적힌 글이다. 필적 등을 고려할 때 고 이한열 열사가 1987년 3월21일 대학생 전방입소 관련 동아리 공청회에 대한 의견을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당시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이었던 이 열사는 만화사랑 회원이었다. 날적이란 1980~90년대 대학 동아리방을 오가는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적는 공용 일기장이다. 당시 대학교 1학년생은 문무대에, 2학년생은 전방에 입소해 군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문무대·전방에 입소하면 군 복무 기간이 수개월 가량 단축되는 혜택이 있었다. 하지만 이 열사를 비롯한 많은 대학생들은 군사독재 정권 유지책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대학에서 치열하게 논의를 펼쳤다. 만화사랑 날적이에는 이같은 당시 대학 상황과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지난 7일 만화사랑으로부터 1987~1996년 약 10년간의 날적이 30여권을 기증 받았다고 12일 밝혔다. 이한열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만화사랑 측은 얼마 전 캐비넷을 정리하다가 날적이 30여권을 발견했다. 만화사랑 측은 날적이를 연세대에 기증하려다가 날적이에 이 열사 관련 내용이 많은 것을 보고 이한열기념사업회에 보냈다. 날적이에는 유독 ‘혁’이라는 이름이 많이 언급된다. ‘혁’은 ‘혁명’의 준말로 동아리 내 이 열사의 별칭이기도 하다. 날적이에는 ‘혁’의 죽음을 목격한 친구들의 슬픔과 시국에 대한 분노가 생생히 담겨 있다. 연세대 학생 1000여명이 국민평화대행진을 앞두고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1987년 6월9일, 이 열사는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을 맞고 쓰러졌다. 그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그해 7월5일 사망했다. 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지 이틀 후인 6월11일 한 학생은 “이 땅이 왜 수많은 젊은 가슴을 피로 물들게 하는지, 왜 우리는 슬퍼하고 통곡하는 많은 어머니를 가져야만 하는지. 지금이라도 당장 저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설 것만 같은데, 지금은 볼 수조차 없다니”라고 썼다. 6월16일자 날적이에는 “슬프다. 하지만 웃자. 기쁨의 그 날을 위해. 혁이 형은 살 거다. 꼭 그럴 거다. 웃으며 같이 이야기할 수 있을 거다”라는 희망도 내비쳤다. 이 열사가 끝내 숨을 거둔 지 일주일 뒤인 7월12일에는 “혁이 형의 장례도 다 끝났다. 어제 삼우제를 지내고 이제 49재를 기다린다. 혁이 형의 일이 작게, 아주 작게 내 마음속에 남은 것만 같은 느낌이다”라는 글도 있었다. 그해 7월18일에 적힌 글에는 “정말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혁이 어머니의 눈물을 보면서 나는 드디어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마 전 모라는 놈이 보았어도 웃지는 못했을 거야. 그리고 결심을 했지. 어머니 노래의 가사처럼 사람 사는 세상에 살기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해야 된다고”라고 돼 있다. “반드시, 꼭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봐야만 한다. 민주와 자주와 혁이를”이라는 글도 있었다. 이한열기념사업회 측은 “이 열사와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의 심정과 당시 상황이 세밀하게 담겨 있는 소중한 자료”라며 “날적이가 오랜 기간 캐비넷 안에 있어 곰팡이 등 제거를 위한 훈증 처리를 한 뒤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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