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김규원 명예교수 출간
자꾸 되새기자. 아직도 마음만은 좋게 쓸 수 있기에끈질기게 나를 찾아 헤매어 돌아다니고 있음을.김규원은"아직도 마음만은 좋게 쓸 수 있"다고 스스로를 독려한다. 시짓기가 마음을 좋게 쓰는 인간행동의 한 가지라는 뜻이다. 이는 유학의 존심양성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시집에 자주 등장하는 시어 '껍데기'를 원용하면, 그는 껍데기에 현혹되어 자꾸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좋게 쓸 수 있"는 참된 본성으로 기르겠노라 다짐하고 있다.
즉 인용구의 핵심어는"자꾸 되새기자"와"잊지 말자"이다. 유학에서는, 잊지 않으려면 반성관찰 실천이 필수라고 가르친다. 시집의 표현을 빌리면,"거미보다 더 영리한 사람들"이"나 혼자 살 수 없게 가두어 놓은 감옥"을 탈출해 잠시 존심양성을 이루었다 해도 쉼없이 스스로를 살피고[觀察] 뉘우쳐야[反省]"자기 세상"을 누릴 수 있다.따라서 김규원이 사회학적 시선과 인식을 자신의 시 속에 녹여놓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게 해야"자꾸 되새기자","잊지 말자"고 공언한 자신의 사회적 약속을 지킬 수 있다. 그래야 사회학자로 평생을 살 수 있게 해준 사회에 대해 마음을 좋게 쓰는 행위가 된다. 시집 제목으로 선택된 시 '다 같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를 읽어보자.그런데 30년 남짓 동네목욕탕을 다녀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시 후반부로 가면 김규원은 사실주의적이었던 전반부와 매우 다른 문체를 보여준다."자유주의의 마지막 보루"인"우리나라 동네목욕탕"을 정부 보조금 및 요금 인상 금지 정책으로 지원하여"K-목욕탕 세계 진출"의 성과를 거두자고 풍자한다.시집을 통독해보면 그의 풍자는 '고향 도둑질', '세월 유감', '책과 시간의 싸움' 등 온유한 화풍으로 시작해서 '내버려 두세요', '계급과 마음씨', '거미줄', '매미가 소란한 이유' 등에 이르러서는 짙은 철학적 ‧ 사회적 빛깔을 드러낸다. 그러다가 급기야"제 답을 재촉하려고 조사관님께서 제 앞의 책상을 탁 하고 세게 내리치셨습니다. 저는 억 하고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습니다"라는 정치적 수사를 담은 '여름 한낮의 꿈'으로 나아간다.
"이제 전쟁 나면 도망갈 곳 없는 세상"임을 직시하자는 '손자의 세상',"할로윈 축제 즐기러간 젊은이들이 질식사한 사건"을"정부가 공개적으로 조롱"한 '마약 권하는 사회' 등은 아예 직설적 화법을 구사한다. 이미 '다 같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에서"대중목욕탕은 아편보다 중독이 심한 마약 같은 효능을 제공한다지요"라면서"마약"를 시어로 채택했던 김규원은 이제는 제목부터 '마약 권하는 사회'로 정해버린다.엉겁결에 마약을 황당한 비극의 무대 조연으로 등장시켰다.마약 권하는 사회는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기에 이르렀다.만족스럽다는 비유적 의미이기에 법으로 규제해선 안 된다.
그는"시라는 인간 장식품이 우주를 아름답게 꾸며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맨몸뚱이가 다 같지 않은 사람임에도/ 똑같이 대우하는""정말 좋은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로 가득 찬 세상에 대한 열망으로 시를 쓴다."하루 벌어 하루 먹는 고달픈 삶"을"몰라주는 자들이 많기에" 줄곧 매미처럼 울 수밖에 없는"자본주의 착취에 찌든 노동자"들도"세상천지에 신명이 넘쳐"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간절히 구하여 붓을 든다.김규원의 그같은 인식은 시집을 관통해 감지된다. '세상 변화'를 보면 그는"장소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봄꽃들이 피어"난 광경을"난생 처음 보"고 놀라, 처음에는 그들을"철부지 꽃들이라고 나무라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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