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한 봉지 10원'... 익산이 발칵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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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한 봉지 10원'... 익산이 발칵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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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찬영의 익산 블루스] 익산이 기억하는 라면의 맛

라면이 처음 나온 것은 1963년이었다... 이 배고픈 시절에 나타난 라면의 맛은 경이로운 행복감을 싼값으로 대량공급했다. 그 맛의 놀라움은 장님의 눈뜸과도 같았고, '불의 발견'과 맞먹을 만했다.

정 전 회장도 동료와 동네 이웃들의 도움으로 작은 집을 얻어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 십여 년 만에 삼양식품을 일군 그는 훗날 익산에 라면공장을 세웠다. 1971년 준공식을 맞아 오랜만에 이 도시를 찾은 그는 20년 전의 기억을 꺼냈다. 아침 저녁이면 새까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역 앞을 가득 메웠는데, 누군가는 그걸 보고 '까마귀떼' 같다고도 했다. 형편이 조금 나은 이들은 자취나 하숙을 하기도 했지만, 냉장고조차 없던 좁디좁은 자취방에서 배고픈 청춘들은 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다. 다음 날부터는 걱정 하나가 줄어들었다. 빨간 십자가 모자를 쓴 적십자 사람들이 와서 끼니 때마다 라면을 끓여 나눠 주었기 때문이었다. 송아지라도 목욕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솥 세 개가 공터에 걸렸다. 솥 하나에 라면 팔십 개를 한꺼번에 끓일 수 있었지만 줄을 선 사람들이 하도 많아 적십자 사람들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1960-70년대에 라면이 삼양라면밖에 없었던 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삼양라면이 익산 사람들의 배고픔을 달래는 데 한몫 단단히 했던 것만은 틀림없다. 그리고 그 시절 삼양라면엔 국민의 배고픔을 달래주고 싶었던 정중윤 전 회장의 바람도 담겨 있었다.

그는 그 길로 제일생명을 나와 식용유 회사를 인수해 삼양제유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꿨다. 라면을 만들려면 면을 잘 튀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삼양공업주식회사를 거쳐 삼양식품공업으로 이름을 바꾼 건 1965년의 일이었다.1963년부터 20년 넘게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던 삼양식품에 큰 위기가 닥친 건 1980년대 말이었다. 1989년 10월 검찰에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튀긴다'는 투서가 날아든 것. 이 일로 미국에서 소기름을 들여와 쓰던 삼양식품, 오뚜기, 서울하인즈, 삼립유지, 부산유지 등 5개 기업 대표와 임원들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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