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차장에 그어진 구획선은 어딜 가든 똑같은 모양이다. 주차면 사이에 U자 모양으로 간격을 두고 있다.
배려심 많고 친절한 사람들과 쓰레기 하나 없는 깨끗한 거리, 그리고 소박하고 정갈한 음식들. 20여 년 전쯤 첫 일본 여행 때 상당히 비싼 물가에도 나름 고개 끄덕여지던 일본의 첫인상이다. 극우 정치인들의 반복되는 역사 왜곡과 망언이 분노를 자아내지만, 길에서 만나는 일본인에 대한 인상은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햇수로 7년이면 복구가 마무리됐을 법도 하건만, 그들은 관람 동선을 따라 가설물을 따로 세우는 방식을 선택했다. 철제 트러스 구조로, 몸이 불편한 관람객을 위해 승강기까지 설치해놓았다. 복구가 완료되면 철거할 테지만, 임시방편이라고 하기에는 적잖은 공력이 느껴진다. 지금 구마모토성 최대의 볼거리는 철옹성 같은 성벽도, 화려한 천수각도, 가토 기요마사의 신사도, 나아가 근대 일본을 열어젖힌 세이난 전쟁의 역사도 아닌, 관람객의 안전을 최우선에 둔 지방정부의 노력이다. 입장료 800엔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여행 중에 만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사실 많은 돈과 시간이 드는 일도 아닐뿐더러 언뜻 사소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큰일을 도모하기 위해선 작은 것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아울러 왜 일본을 두고 '디테일에 강한 나라'라는 찬사를 보내는지도 알게 된다. 나란히 주차된 두 차 간 최소한의 거리를 설정해놓은 것이다. 타고 내리는 데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곳에 차의 바퀴를 걸치는 운전자는 물론 없다.
도로 곳곳에 보도블록의 턱을 없앤 것도 인상적이다. 건널목은 물론, 지하철역과 상가, 학교 등 공공기관 주변엔 자전거와 전동 휠체어 등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신호 체계도 보행자 위주인 데다 건널목에 사람이 보이면 자동차는 신호등 색깔과 상관없이 무조건 멈춰 선다. 이윤만을 위한 자본의 광고 대신 승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기꺼이 공간을 내어주는 공공성이 부럽기만 하다. 우리는 수익사업이랍시고 정차역에 가까운 기업과 병원, 학원 등을 방송으로 광고할 정도니 더 말해서 무엇 할까. 그 수익이 과연 승객을 위해 쓰였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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