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금질 기술 1인자' 최고령 대장장이의 하루 대장간 인천 담금질 송종화_장인 인일철공소 정진오 기자
85세 대장장이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화로에서는 지름 5cm가 넘는 굵은 쇠막대기가 누런 색깔로 달구어졌다. 대장장이는 커다란 집게로 그 쇠막대기의 끝을 잡고 화로 바로 옆에 놓인 기계 해머로 가져갔다. 의자에 앉아 오른발로 해머의 페달을 밟자 해머 머리인 사각형의 쇳덩이가 내려치기 시작했다."땅~땅~땅~땅~".
전철역과 가깝고 대로변에 있는 이 도심 속 대장간의 손님들은 다양하다. 각종 공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주문하기도 하고, 건설현장에서 쓰는 연장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구나 농기구를 사 가기도 하고, 고장 난 것들을 고쳐 달라면서 가져오기도 한다. 전국 각지에서 주문하는 물건도 있다. 마침, 망강으로 된 쇠막대기 작업이 끝나고 커다란 집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60대로 보이는 여성 2명이 송종화 장인을 찾았다. 그들은 메고 온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바닷가에서 굴을 따는 '조새'라고 하는 도구였는데, 두 개가 생긴 모양이 서로 달랐다. 고장난 부분도 제각각이었다. 하나는 뒤쪽 끝 가느다란 쇠꼬챙이가 부러져 나갔고, 또 하나는 앞쪽의 쇠 날이 너무 많이 휘어 있었다.
바로 그때 화물차를 몰고 온 손님이 들어서면서"노미 세 개요~"라고 말했다. 기름통의 그 쇳덩이 얘기였다. 그는 아침에 맡기고 간 걸 찾으러 온 굴착기 기사였다. 굴착기를 코끼리로 비유하자면, 이 쇳덩이는 코 끝에 매달아 '콕~콕~콕~' 돌을 깨거나 단단한 땅을 파내는 뾰족한 쇠침 같은 거였다. 이게 무뎌지자 벼려달라고 맡긴 거였다. 주문자의 주소와 전화번호며 수량 등이 적혀 있다. 주소는 전국에 걸쳐 있었다. 얼핏 몇 장만 보았는데, 멀리는 제주도, 부산 해운대, 울산, 경남 함안 등지에서부터 가깝게는 경기도 안양, 서울 등 그야말로 전국 각지에서 엿가위를 만들어 보내 달라는 주문이었다. 이들 전국 각지에서 밀려든 오래된 주문서들은 엿가위 역시 송종화 장인이 대한민국 최고임을 입증하는 증명서나 마찬가지였다.
다듬기는 했지만 모가 나 있으니 가위질을 오래 하게 되면 손이 여간 아픈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엿가위를 공장 제품들처럼 플라스틱 손잡이로 찍어낼 수도 없다. 대개의 엿가위는 자동차 바퀴 쪽 판스프링으로 만든다. 판스프링은 네모나 있으면서 평면이다. 30cm 자를 연상하면 그 모양이 가늠이 간다. 이 네모진 것을 두드려서 손잡이를 만들어야 하는데 볼펜처럼 원통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송종화 장인은 엿장수들의 손 아픔을 생각했다. 네모난 판스프링을 원통이 될 때까지 망치질을 했다. 비록 한 사람의 대장장이는 힘들었지만 수많은 엿장수들은 손이 아프지 않게 가위질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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