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주권'이 아닌 성 평등한 '시간주권'을 위하여 노동시간 장시간노동 돌봄노동 노동시간주권 여성노동 이소진
시간주권은 일반적으로 노동시간을 포함한 삶의 시간을 노동자가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시간주권이라는 용어 사용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주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달성 불가능한 기획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에게 시간주권이 주어질 수 있는 것처럼, 주어져야 하는 것처럼 의미를 호도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마르크스가 지적했듯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판매하면서 시간에 대한 권리 또한 일부 양도했다. 노동력을 판다는 것은 일정 시간의 노동을 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생산직과 같이 노동시간에 따른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노동 현장에서 시간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이 확대되곤 했다. 내가 이미 에서 썼듯 연장 노동은 예고 없이 이루어졌으며 거부하기도 어려웠다. 분명 표준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 한 주 40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여성들에게 매주의 노동시간은 52시간을 의미하는 경우가 잦았다. 심지어 대부분 노동자는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했다. 나 홀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부 여성은 회사 내에서 말 그대로 '혼자' 업무를 진행했다. 이러한 '나 홀로 업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회사에서 숙련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특정 업무에 노동자 한 명만을 배치한 경우이다. 이 경우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혼자서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휴가를 쓰기 어려워진다. 둘째, 혼자 일하지는 않지만, 혼자서 전 과정의 업무를 맡는 경우다. 예를 들면, 편집자나 물류 사무 업무, 영업직 등이 해당했다.
사실 어떤 여성들에게, 특히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여성들에게 시간주권은 주어진 적이 없었다. 임금을 지불받지 못하는 돌봄 노동은 여타의 다른 노동과 달리 24시간 노동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시간에 대한 통제권은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노동의 특성상 주어질 수 없다. 한밤중에 강아지가 껌을 잘못 삼켜 목에 걸렸다면 바로 강아지를 들쳐 매고 병원에 가야만 하는 것이지 지금은 잠을 자야 할 때라는 이유로 응급한 생명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다. 배가 고파 한밤중에 우는 갓 태어난 아이에게 제발 부모에게 시간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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