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 돌집 지었을 뿐인데 운명이 바뀌었어요' 돌빛나예술학교 제주_돌담 돌챙이 조환진 돌담_쌓기 황의봉 기자
22살 청년은 처음으로 육지 여행을 떠났다. 청량리역을 출발해 강원도 정선을 향해 달리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그는 속으로 되묻고 있었다. '왜 돌담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지?' 청년은 육지에 와보고 나서야 제주도의 돌담이 소중한 보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아름다운 제주 돌담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그림으로 그리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돌담 사랑의 시작이었다. 조환진 돌빛나예술학교 대표의 이야기다.
청년 조환진의 두 번째 일터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됐으나 제주의 오름을 아름다운 사진으로 남겨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바로 그 김영갑 사진작가를 찾아간 것이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영갑 작가는 그에게 사진 일보다는 갤러리 마당에 돌담 쌓는 일을 맡겼다. "내가 살 돌집을 지었을 뿐인데 운명이 바뀐 셈입니다. 제가 돌을 좋아한 게 아니라, 돌이 저를 따라다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는 곳마다 돌과 관련되는 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엔 돌챙이 직업이 비전도 없고, 너무 힘든 일이라 대학까지 나와서 할 일이 못 된다고 반대하시던 아버지도 결국은 저에게 기술을 가르쳐주시더군요.""저는 돌덩이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도의 돌은 용암이 굳어서 생긴 것들인데 모양이 다양하잖아요. 그 각기 다른 돌들을 이리저리 짜 맞추면서 자기 자리를 찾아주는 그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마치 어린이들이 블록 맞추기를 즐기듯이 말이죠. 그리고 돌담을 쌓으면 없어지지 않고 그 자리에 오래 존재하니 어떤 영원성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림이나 사진, 조경 등 해본 일에 비해 이 돌담 쌓기가 더 재미있어요. 재미있어 하다 보니 잘하게 되고요.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아카데미도, 봉사도 중단됐다. 제주도 교육청과 제주문화 알리기 사업의 하나로 진행하던 어린이 돌담 교육도 난관에 부닥쳤다. 어린이들이 돌빛나학교로 찾아와 진행하던 돌담 쌓기 체험교육이 중단된 것이다.다행히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최근 들어 어린이 교육은 재개했다. 요즘은 요청이 들어오면 돌을 싣고 초등학교를 찾아가서 교육하고 있다. 용암 폭발로 생겨난 제주의 돌과 돌담의 종류 등 이론 수업을 하고, 가벼운 송이 돌로 직접 돌담을 쌓아 보는 실기 수업을 병행하는 식이다.
"돌빛나예술학교 설립 당시의 목표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돌담 쌓기의 대중화'를 위해 고심 중입니다. 단순히 코로나 공백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차원을 넘어 '학교'라는 명칭에 걸맞은 내용과 형식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당분간 휴교하면서 시간을 갖고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볼까 합니다."조환진 대표는 요즘 제주를 뛰어넘어 국제적인 안목으로 돌담을 바라보고 있다. 외국의 돌담을 견학하고, 해외전문가들과 교류를 본격화하는 중이다. 그가 처음 다른 나라의 돌담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2014년 제주MBC가 방영한 '밭담 오래된 미래'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였다. 영국의 돌담 쌓기 교육 현장을 소개하면서 돌담 쌓기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제주 돌담만을 알았던 그에게 서양의 돌담 이야기는 신기했다.
"돌을 대하는 마음과 자세가 우리와는 매우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처음 교육할 때 우리는 기초를 어떻게 놓고, 돌의 특징을 어떻게 살리는지 등 기술적인 부분부터 시작하는데, 그곳에선 '자기만의 마크'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자기가 쌓은 돌에 자기 이름이나 문양을 새기는 것이지요. 책임감과 함께 명예를 걸고 쌓는 자세부터 가르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문 대대로 마크를 이어받기도 한다는 겁니다."아일랜드 서쪽의 개발이 덜 된 이니시어 섬을 찾았을 때는 돌담길을 걷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부러움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목장과 밭 울타리에 쌓은 돌담들이 원형대로 완벽히 보존돼 있어 관광객들이 걷거나 자전거 혹은 마차를 타고 둘러보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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