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상력 넘어섰다' 드라마 '지정생존자' PD 가 본 12.3 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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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참모총장(이기영 분)은 계엄을 위해 준비됐던 계획대로 쿠데타 병력을 수방사에 집결시킨다. 이곳으로 합참의장(최재성 분)이 찾아온다. 반갑게 맞이하는 육참과 악수하는 대신, 합참은 그에게 수갑을 채우고 반란군을 빠르게 진압한다. 합참이 그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지진희 분)과 계속 갈등을 빚어왔기에 육참은 합...

육군참모총장은 계엄을 위해 준비됐던 계획대로 쿠데타 병력을 수방사에 집결시킨다. 이곳으로 합참의장이 찾아온다. 반갑게 맞이하는 육참과 악수하는 대신, 합참은 그에게 수갑을 채우고 반란군을 빠르게 진압한다. 합참이 그동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계속 갈등을 빚어왔기에 육참은 합참의 이런 선택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대체 왜 쿠데타에 동참하지 않느냐는 육참의 질문에 합참은 답한다.tvN 드라마 의 연출자로서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청탁을 받았을 때 완곡히 거절하고자 했다. 5년 전 드라마를 이 시국에 빗대 지금 이야기하는 것이 왠지 현재의 심각성을 저해할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한국판은 철인적 리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행정부를 세울 때까지 본인의 소임을 다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되어야 했다. 리메이크지만 캐릭터와 주제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는, 시작은 솔깃한 정치 혐오적 발상이되, 결국에는 그 혐오를 뚫고 희망의 토대를 닦는 이야기가 되고자 했다. 정치의 가장 반대편에 있는 테러로부터, 정치를 가장 긍정하는 투표와 선거에 이르는 여정이 의 주 골자였다.스템이라는 것이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에, 연출자로서 '드라마적 허용'조차도 현실에서 지나치게 벗어난 실수를 하는 것은 아닌지 늘 두려웠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건 우리 팀만의 망신이 아니라, 우리 나라에 대한 결례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일은 현실에서 일어났다. 드라마 1회를 완성하고 내부 시사를 했다. 스튜디오로부터 장르물적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일종의 현실적 재난물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의사당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지, 어디가 어떻게 폭파될 것인지, 그로 인해 어떤 직위의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죽을 것인지, 남아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를 다 상상하고 계획해야 했다. 이것은 너무 생생한 재난이었다. 현실에서의 악은 그렇지 않다. 한나 아렌트는 나치에 대해 '악의 진부함'을 이야기한다. 인류사적 비극에 대해 우린 어떤 의미라도 부여하고 싶어 뭔가 색다른 이유를 찾는다. 그러나 대개 그렇지 못하다. 지독한 비극의 이유는 지독하리만치 진부하다. 그저 명령에 따랐다거나, 그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했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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