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찬영의 익산 블루스] 이리역 폭발사고 47주기, 우리에게 남긴 것들
지금으로부터 꼭 47년 전인 1977년 11월 11일 저녁, 전북 익산에서 일어난 '이리역 폭발 사고'를 그린 소설 속 장면이다. 실제론 어땠을까. 폭발 지점에서 약 600m 떨어진 곳에 있던 나훈 전 기자는 원자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다고 했다. 폭발의 위력은 그만큼 컸다.
다음 날인 11일 저녁이 되도록 출발을 못 한 신씨는 역 앞 식당으로 나가 술을 마셨다. 그러고는 잠을 자려고 다이너마이트가 실린 화물차로 돌아왔다. 화약을 실은 화차 내부에는 호송원이라고 해도 들어갈 수 없도록 하고 있었지만 잠자리가 마땅치 않았던 그를 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신씨는 총포화약류 취급면허조차 없었다. 철로에서 빠져나와 목숨을 건진 호송원 신씨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역에 잠들어 있다가 나훈 기자에게 발견되었다. 경찰에 체포된 그는 '중실화 업무상중과실치사상혐의'로 구속된 뒤 이듬해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뒷돈을 요구하며 열차를 역에 묶어둔 철도 직원도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지축을 뒤흔든 폭음과 함께 삽시간에 초토로 변한 이리시내는 온통 화약냄새로 가득찼으며 12만 명의 이리시민은 한밤을 공포 속에 새웠다. 시가는 온통 깨어진 유리파편과 초연으로 뒤덮여 전장의 폐허를 방불케했다. 사고가 난 역 구내는 육중한 철마가 마치 부서진 성냥갑처럼 쭈그러들어 나자빠져 있었고... 역 구내와 역대합실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시체가 여기저기 나뒹굴었고 부서진 집 앞에서 가족을 잃고 추위 속에 밤새 통곡하는 유족들의 울부짖음이 처절하기만 했다." - 1977년 11월 12일 자 기사"엄청난 한밤의 날벼락...
철인동은 '철도 옆 창인동'을 가리키는데, 이곳엔 한국전쟁 피난민들과 빈민들이 몰려들면서 주민이 늘었고, 성매매 여성과 거리의 부랑아들도 스며들었다. 하필 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이들 계획에 시민의 폭넓은 요구가 담기진 못했다는 평가도 있고, 2년 뒤 박정희 대통령이 죽고 유신정권이 무너지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지도 못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부터 별다른 변화가 없던 이리역 주변 풍경이 사고가 일어난 뒤 크게 바뀐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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