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길 갇힌 꿈꾼다' 8년만에 또 집단 트라우마 덮쳤다 | 중앙일보

대한민국 뉴스 뉴스

'그 골목길 갇힌 꿈꾼다' 8년만에 또 집단 트라우마 덮쳤다 | 중앙일보
대한민국 최근 뉴스,대한민국 헤드 라인
  • 📰 joongangilbo
  • ⏱ Reading Time:
  • 67 sec. here
  • 3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30%
  • Publisher: 53%

대형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가 다시 대한민국을 덮쳤습니다.\r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장례식장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에서 손녀를 잃은 A씨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 집이 지방이라 손녀는 조부모의 집에서 대학에 다녔다. A씨는 “내가 죄인입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친구들 만나러 간다고 해서 ‘잘 다녀오라’고 했는데 이런 큰일이 날 거라곤 생각을 못 했어요. 어떻게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렇게…”

대형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가 다시 대한민국을 덮쳤다.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사건 이후 8년 여 만이다. 전국 병원과 장례식장에 차려진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빈소에서 만난 유족들의 감정은 슬픔과 원망, 상실감과 무기력, 그리고 자기비하 사이 어딘가를 맴돌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감정들을 전형적인 트라우마의 징후들이라고 진단한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트라우마는 교과서적으론 1년 정도면 가라앉는다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재난의 경우 트라우마를 입는 범위가 유족에 국한되지 않고 그 지속기간도 길다”고 말했다. 평택제일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유가족은 “아들 을 확인했는데도 그냥 꿈인 거 같다”고 말한 뒤 이내 “아이를 집 근처로 옮겨야 하는데 어디에 말해야 하느냐”고 묻다가 갑자기 주저앉아 오열했다.

생존자들이 입은 상처는 유족 못지않다. 현장을 가까스로 빠져나왔다는 강모씨는 “그날 이후 잠을 못 자고 있다. 계속 불안하고 멍하다”며 “검사상으로는 별문제가 없다는데 몸 전체가 아파서 눕지도, 앉지도 못하고 계속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동분서주하던 소방대원과 의료진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다. 한 소방대원은 “이렇게 마음 불편한 경험은 처음”이라며 “현장에선 응급처치하느라 몰랐는데 피해자들이 비슷한 연배여서 그런지 지나고 난 뒤에 오히려 희생자들의 모습들이 선명히 떠오른다”고 말했다. 심정지 상태로 들어온 환자들을 살리려 애썼던 서울 시내 한 종합병원의 간호사는 “온몸에 멍이 든 채로 사망해 들어온 체구가 작은 여성에게 사망선고가 내려지는 걸 보면서 그 자리에 있었으면 내가 죽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숙사로 돌아가는 내내 울었다. 사망환자를 처음 본 것도 아닌데 그날은 잠이 안 왔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을 그대로 담은 무삭제 동영상이 인터넷 공간을 타고 급속히 퍼진 게 트라우마 확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인기몰이를 노린 일부 BJ들의 현장 영상들도 논란 속에 삭제와 복제를 반복하며 퍼져나갔다. 서울에 사는 40대 박모씨는 “무삭제 영상을 본 뒤 며칠째 내가 그 골목길에 갇힌 장면이 꿈에 나온다”며 “주위에도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여럿”이라고 말했다. 트라우마 확산 속도가 예사롭지 않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성명서 까지 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사고 당시의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일부 여과 없이 공유되면서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해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감과 소통이 회복의 실마리라고 말한다.

이 소식을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요약했습니다. 뉴스에 관심이 있으시면 여기에서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joongangilbo /  🏆 11. in KR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내려가 내려가' 그 영상 오해였다…골목길 정체 푼 여성의 기지 | 중앙일보'내려가 내려가' 그 영상 오해였다…골목길 정체 푼 여성의 기지 | 중앙일보'덕분에 집 갔어요, 감사해요'\r이태원 골목길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경찰, 이태원 참사 골목길 CCTV 확보…SNS 영상도 분석 돌입 | 중앙일보경찰, 이태원 참사 골목길 CCTV 확보…SNS 영상도 분석 돌입 | 중앙일보주변 상인과 시민 등 목격자들을 상대로 최초 사고 발생 지점 등도 살펴볼 계획입니다.\r이태원 이태원참사 이태원사고 핼로윈 CCTV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르포]참사 전날 직접 갔던 그 골목길…5.5평 150명 깔려 숨졌다[르포]참사 전날 직접 갔던 그 골목길…5.5평 150명 깔려 숨졌다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턴호텔 인근 골목에서 154명이 깔려 사망하는 대규모 참사가 일어나면서 사고가 발생한 곳의 지형지물 등 공간적 특성에도 관심이 주목된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세월호 때 그 의사 '심리치료도 골든타임…1만명 치료 시급' | 중앙일보세월호 때 그 의사 '심리치료도 골든타임…1만명 치료 시급' | 중앙일보'경찰과 소방 인력까지 심리 지원을 챙겨야 한다'\r트라우마 이태원 심리치료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생때같은 내 딸'…새벽 임시 안치소, 부모는 그 앞을 서성였다 | 중앙일보'생때같은 내 딸'…새벽 임시 안치소, 부모는 그 앞을 서성였다 | 중앙일보8시간만에 딸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었지만 딸의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r이태원 이태원사고 이태원참사 핼로윈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수원 발발이' 그 성폭행범, 원룸촌 계약…근처엔 초등학교 있다 | 중앙일보'수원 발발이' 그 성폭행범, 원룸촌 계약…근처엔 초등학교 있다 | 중앙일보그의 가족은 임차인 성명란에 '박병화'라고 적고, 도장을 찍었습니다.\r박병화 발발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Render Time: 2025-04-24 13: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