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오키프를 예술가로 데뷔 시킨 친구 애니타 폴리처
한때 나는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여자 선배, 동기, 후배들과 어울릴 때는 신경 써야 할 게 많았다. 내 말과 행동이 그들 사이에서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 매번 예의주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이 행동을 하면, 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혹시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내가 이 말을 하면 건방지다고 생각할까? 그럼 조금 돌려 말해야 할까?하, 정말 한숨부터 나왔다. 나는 짐짓 인생사에 통달한 듯"인정하기는 싫지만, 여자의 적은 여자 맞는 것 같아"고 중얼거리며 남자들이 모인 곳에 섞여 들어갔다. 그곳은 말 그대로 '편했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글은 쓴 사람은 보통 남자였다. 때문에 남자들은 여자들에 대한 자기 생각을 쓰거나 여자들의 생각을 자기들 방식으로 해석하며 여성들의 세상을 편리한 대로 재단해왔다. 이렇듯 여성들이 자유로이 집안에서 뛰쳐나와 독자적인 사회 연결망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여성간의 우정이 본격적으로 피어올랐고, 이는 곧 사회적 결실을 낳았다. 과장된 크기의 꽃그림과 추상적으로 표현한 자연풍경으로 유명한 미국화가 조지아 오키프는 우정의 힘을 톡톡히 본 작가다.오키프가 처음부터 유명한 예술가였을까? 아니, 그녀에게도 무명 시절이 있었다. 한때 오키프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에서 생계를 위해 꾸역꾸역 일하던 미술 교사였다.
그 사람은 바로 앨프리드 스티글리츠. 미국미술계에 주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갤러리 291'을 경영하던 화상이자, 예술잡지 의 발행인, 이미 그 자신이 명성이 드높았던 사진작가이었기에 적격이었다.폴리처는 스티글리츠가 머물던 갤러리 291의 문을 무작정 두드렸다. 전날 송년 파티로 엉망이 된 머리와 구깃구깃한 옷을 입은 채 문을 열어준 스티글리츠의 손에 오키프의 그림을 직접 쥐여 주었다. 그러곤 폴리처는 집에 돌아와 기쁜 마음으로 오키프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렇다면 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그동안 횡행했던 걸까. 사람은 사람과 갈등하지, 돌이나 햇빛과 대립하지 않는다.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충돌이 일기 마련이고, 그 속에서 모두와 친해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무엇보다 약자집단에 '너희의 적은 바로 너희 자신'이라는 일정한 딱지를 붙이면 그들의 행위와 삶을 일정한 방향으로 강제할 수 있다. 여성 스스로가 한번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을 먼저 입에 올려보자. 그 순간부터 다른 여성들과 연대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흔히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말하는 대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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