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도사(武道史)] 셋. 뉴욕커 삶의 시기마다 내쉬었던 한숨의 중량을 측정할 수 있다면, 아마 가장 무거운 기간은 ‘군인기’일 겁니다. 대학입시라는 지옥행군을 마치고 인간다운 삶에 설렐 무렵, 국가가 러브레터를 보냅니다. ‘현역병 입영통지서’! 병역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명예로운 활동입니다. 분단국가 국민의 당연한 의무라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외롭고
‘플렉스 에티몰로지’란 ‘자랑용 어원풀이’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들의 본래 뜻을 찾아, 독자를 ‘지식인싸’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작은 단서들로 큰 사건을 풀어 나가는 셜록 홈즈처럼, 말록 홈즈는 어원 하나하나의 뜻에서 생활 속 궁금증을 해결해 드립니다. 우리는 단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곤 합니다. 고학력과 스마트 기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문해력 감소’라는 ‘글 읽는 까막눈 현상’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단어는 사물과 현상의 특성을 가장 핵심적으로 축약한 기초개념입니다. 우리는 단어의 뜻을 찾아가면서, 지식의 본질과 핵심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학교를 떠난 이들의 지식 인싸력도 레벨업됩니다. 셋. 뉴욕커 삶의 시기마다 내쉬었던 한숨의 중량을 측정할 수 있다면, 아마 가장 무거운 기간은 ‘군인기’일 겁니다. 대학입시라는 지옥행군을 마치고 인간다운 삶에 설렐 무렵, 국가가 러브레터를 보냅니다.병역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명예로운 활동입니다. 분단국가 국민의 당연한 의무라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외롭고 낯선 고단한 세월입니다. 국가와 국민이 1년에 단 1분만이라도 마음을 담아 감사해 준다면, 용사들은 뿌듯하게 웃음 지으며 그 피로와 고통과 외로움을 견뎌냅니다. 그게 제가 겪었던 대한민국 용사들이었습니다. 든든한 나라와 맞바꾼 이들의 청춘에 고맙습니다. 교묘하게 국방의무를 빠져나가는 검은 머리 외국인들의 잔머리를 봉쇄하는 참 보수가 상식이 되길 소망합니다.영점사격이란 ‘조준하는 지점과 실제로 총알이 닿는 지점을 조정하는 사격’입니다. 사격에서 영점이란 기준점을 의미하는데, 영어 ‘제로잉’을 번역한 말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영점조정사격이라고 가리켜야 의미가 명확해집니다. 하지만 군대에서 그런 걸 물어보면 따뜻한 반응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교관도 조교도 교범에 쓰여진 대로 가르쳤지, 그 뜻까지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의류대를 더블백이라고 불렀습니다. 끈이 두 개라 더블백인 줄 알았는데, 더플백이었습니다. 벨기에의 더플이라는 지역에서 생산한 튼튼한 직물로 만들어 붙은 이름일었죠. 전투조끼를 ‘엑스반도’라고 불렀습니다. ‘X자 모양 밴드’란 의미로 ‘X밴드’인데, 밴드를 일본식 영어발음으로 ‘반도’라고 불러서 붙게 된 어정쩡한 이름이었습니다. 점호는 하루 일과의 시작과 마지막에 인원 현황을 파악하던 절차였습니다. 일본군이 쓰던 용어로, ‘출석 점검’을 가리키던 말로 영어로는 롤컬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롤은 굴리거나 돈다는 뜻이 아니라, 인원들의 명단이 적힌 두루말이를 가리킵니다. 훈련병과 구분됐던 기간병은 담당 업무에 익숙한 베테랑 병사를 가리키던 말이었는데, 복무’기간’이나 소속’기관’을 뜻하는 말로 오해하며 군생활을 마쳤습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까요. 이렇게 낯선 말들이 가득한 군대에 처음 들어선 어리바리 훈련병들은, 총검술을 배우고, 사격술도 익히고, 수류탄도 던졌습니다. 군대에서 익혔던 전투훈련들은, 맨손 무도와는 차원이 다른 살상용 격투술이었습니다. 비공식적으로 전수되는 잔혹한 무술도 있었습니다. 바로 욕술입니다. 사전 찾아보지 마십시오. 제가 ‘욕설’을 살짝 비틀어 말입니다. 그 시절 군대의 욕 수준은 민간 사회에서 일반인들이 종종 감탄사로 배출하는 욕설과 무게가 달랐습니다. 공포와 긴장을 야기했던 그 모진 말들은, 신기하게도 시간 내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완성하게 이끌어내곤 했습니다. 훈련소에는 욕술의 고수들이 서식했습니다. 이들을 ‘조교’ 혹은 ‘분대장’이라고 불렀습니다. 훈련조교는 소대장을 도와 교육을 진행하고, 훈련병의 모든 생활을 지도합니다. 말도 안 되게 짧은 시간 동안, 훈련병이 지식과 동작에 익숙해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폭언과 고성이 생활이었습니다. 1990년대 조교들은, 문장 하나에 십자리대 후반의 팔자 기구한 숫자와 강아지들을 여러 차례 등장시켰습니다. 상병쯤 되면 쉬지 않고 10분 넘게 욕을 이어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 거친 낱말들만으로도, 건장한 성인남성들이 눈물을 떨구곤 했습니다. 없어져야 할 악습인데, 관습적으로 묵인돼 왔던 부조리였습니다.훈련소에서는 항상 시간 내 불가능한 일들을 어떻게든 완수하라고 밀어붙였습니다. 연대장이 대대장에게, 중대장이 소대장에게, 병장이 상병에게, 일병이 이병에게. 사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불합리한 목표를 강요하며 “하면 된다”라는 엉터리 주장을 진리처럼 신봉했던 신념이 원인이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면 늘긴 합니다. 하지만 축구 연습에 하루 20시간씩 몰입한다고 누구나 리오넬 메시나 손흥민이 될 수 없고, 교과서와 참고서를 씹어먹는다고 일류대에 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훈련병에겐 쉽고 흥미롭게 설명하고, 차분히 몸에 익힐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모순적이었습니다. 입대한 지 열 달쯤 지나자, 저도 어느새 욕쟁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선임병들은 귀찮고 부담스러운 일들을 죄다 거친 사냥개 같던 욕쟁이 후임병들에게 미뤘습니다. 그에 대한 대가는 퇴소 훈련병들의 가혹행위 상소문에 올라 휴가를 잘리거나 군기교육대 유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욕이 아닌 감탄사를 고안해 내기 시작했습니다.선임들은 저를 뉴 요커라고 불렀습니다. 새로운 욕을 만들어 내서 ‘New 욕er’였습니다. 간부들이나 훈련병들이나 이게 욕인지 아닌지 헷갈려 했습니다. 그러나 얍삽한 법기술자들처럼 잘 빠져나갈 줄 알았지만, 결과는 가혹행위였습니다. 군대가 힘든 이유는 피로해서, 외로워서, 그리워서입니다. 하지만 내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나의 안위를 위해 다른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자기혐오와 죄책감이었습니다.“훈련병들도 다 귀한 아들들이다. 너무 혼내지 마. 그러다가 너만 퍼진다.”며칠 후 우리 부대가 연대장 순시할 때 큰 실수를 했고, 소대장과 중대장까지 완전군장 얼차려를 받았습니다. 간부들이 사라진 사열대에 말년 유령이 올라갔습니다. 고함도 욕설도 없었습니다. 그저 매서운 눈으로 훈련병들을 쏘아봤습니다. 분위기가 얼음판처럼 싸늘해졌습니다. 갓 입대한 훈련병들에게 병장 계급장의 작대기 네 개는, 육군참모총장 어깨 위의 별 네 개보다 위대해 보였습니다. 경험과 연륜은 카리스마가 되어, 짧고 간결한 말 한 마디로 마법을 부립니다.약 5분이 지나는 동안, 합법적이면서 모욕적이지 않은 얼차려와 훈육이 거세게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훈련병들은 다른 사람이 된 듯 바짝 군기가 들었습니다.“우리 대부분 비슷한 나이입니다. 사회에서 같이 생맥주 한 잔 나누면, 다 친구이고 형이고 동생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군대입니다.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우리 모두 건강히 어머니 아버지께 돌아갈 때까지, 정신 바짝 차리고 같이 노력해 봅시다. 이상!”그날 밤 경계근무에 나가서 선임병에게 물었습니다.“아, 가혹행위로 군기교육대 두 번 갖다 오고 나니까, 간부들도 선임들도 미안했는지 훈련병 다그치는 일 안 시키더라고. 그래도 그 형이 여전히 무서워. 욕을 안 했는데도 욕 먹은 것보다 더 아찔하거든.”욕은 한자로 ‘상대방을 더럽히고 수치스럽게 만드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욕되게 하는 행위를 ‘모욕’, 욕을 담은 단어와 표현을 ‘욕설’이라고 부릅니다. 욕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영어단어로는 스웨어, 커스, 인설트가 있습니다. 이 세 단어는 모두 ‘욕’이나 ‘비난’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그 뿌리를 살펴보면 신념, 종교, 그리고 행위라는 각기 다른 출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웨어는 ‘맹세’에서 ‘저주’로 변질된 말입니다. 오늘날에는 ‘욕설을 내뱉다’라는 의미로도 쓰이지만, 본래는 ‘진실을 말하겠다고 신 앞에 맹세하다’라는 엄숙한 의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말하다’ 혹은 ‘선언하다’라는 의미의 인도유럽조어 뿌리 ‘swer-‘에서 유래했습니다. 중세 시대에 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며 맹세하는 행위가 금기시되면서, ‘신의 이름을 남용하는 불경한 말’이라는 의미를 거쳐 현재의 ‘상스러운 욕설’이라는 뜻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커스는 ‘종교적 파멸의 선언’입니다. 주로 누군가에게 ‘악운이 닥치기를 빌다’라는 강한 부정적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라틴어 cursus와 관련이 있다는 설이 있습니다. ‘달리다’ 혹은 ‘흐르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currere’에서 왔다면, ‘나쁜 기운이 상대에게 흘러가게 하다’라는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초기에는 교회에서 내리는 ‘파문’이나 ‘신성한 저주’를 의미했으나, 점차 일반적인 지독한 욕설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인설트는 ‘행동으로 짓밟기’입니다. 앞선 두 단어가 언어적인 ‘말’에 집중한다면, 인설트는 ‘상대 위로 올라타서 짓밟는 행위’라는 격렬한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위로 뛰어오르다’, ‘조롱하다’는 의미의 라틴어 ‘insultare’에서 유래했습니다. ‘in-‘은 ‘~의 위로’를 뜻하는 접두사입니다. ‘-sult’는 ‘뛰다’를 뜻하는 라틴어 어근입니다. ‘상대방의 몸 위로 뛰어올라 짓밟다’라는 물리적 폭행의 의미에서, 상대의 인격이나 명예를 말로 ‘짓밟고 모욕하다’라는 비유적 의미로 정착되었습니다.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3년째 활동 중. 기자들이 손꼽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커뮤니케이터. 회사와 제품 소개에 멀티랭귀지 어원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어원풀이와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융합해, 기업 유튜브 영상 제작.
![고운 욕이 더 무섭다 [말록 홈즈]](https://i.headtopics.com/images/2026/4/20/maekyungsns/442565086832508587659-442565086832508587659-C162EE7CA5B8DA5772713A21968B80FD.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