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6일부터 11월 29일까지의 김성칠 교수 일기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일기는 40년 만에 밝혀졌습니다. 본문에서는 북한의 명절을 앞두고 친일자 추궁과 국민적 긍지를 강조하며, 과거의 비극적인 경험을 통해 미래를 향한 희망을 전달합니다.
김성칠 교수의 일기는 1993년 〈역사앞에서〉란 제목으로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이 일기는 1945년 11월 29일자 뒤쪽부터 남아있었는데, 그 앞의 일기가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유물을 보관하고 있던 필자의 아들 김기목 교수가 사라진 줄 알았던 일기를 최근 찾아냈다. 1945년 8월 16일에서 11월 29일까지 들어 있다. 중앙일보는 이 일기를 매주 토요일 원본 이미지를 곁들여 연재한다. 필자의 다른 아들 김기협 박사가 필요한 곳에 간략한 설명을 붙인다.일장기 밑에 고향을 떠나던 그대들, 일장기를 흔들면서 그대들을 보내던 우리들의 가슴은 어떠했습니까.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끌리어 가는 그대들을 소리 없는 눈물로 전송하던 우리들의 가슴엔 납덩이처럼 무거운 것이 있었습니다.
악행의 근원은 모르고 그 심부름꾼에게 화풀이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그리고 우리는 면장, 면서기와 학교선생을 친일가라고 추궁하지 맙시다. 일본 치하의 조선 내지에 있어서 친일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여러분 중에 일장기를 손에 대지 않고 황국신민의 서사를 외이지 않은 분이 있습니까. 그야 송죽의 오상고절이 오히려 무색할 만큼 절조를 지킨 분이며 죽음을 무릅쓰고 지하운동에 분주하신 분도 많지요마는 대다수의 우리들은 목숨에 얽매여서 불행한 친일가였습니다. 사람은 흔히 근시안이기 때문에 눈앞을 가리운 표풍과 취우를 영원한 것으로 알고 흐린 날은 언제고 개일 때가 있다는 너무나 명백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정신상의 착오를 범한 사람이야 있었겠지요. 그러나 진정 환장한 사람이나 허파가 뒤집힌 사람이 아니면 뉘가 진심으로 친일한 사람이야 있었겠습니까. 그야 이번 8월 15일에 일본이 항복했다는 소문을 듣고 인제 우리는 못 살게 되었다고 엉엉 운 조선인 소학생이 있었답니다.
세상에서 흔히 걱정하는 만주 북중국의 조선사람 아편장수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그들은 조국을 쫓겨나다시피 해서 아무런 희망을 잡지 못하는 보헤미안으로 정치적 배경이 없으매 이국에서 정상적인 경제적 발전을 기할 수 없고 더욱이 민족적 훈련이 용허되지 않으매 도의적 견제도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정상적인 해외 발전의 길만 열리었다면야 누가 즐겨서 사기와 협잡을 하겠습니까. 사기와 협잡을 해도 좋다는 건 물론 아닙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고국을 등진 민족이 이역에서 생활의 방도가 끊이매 좋지 못한 상로에 물드는 거야 그 사람 개인을 탄할 수 있을지언정 그렇다고 민족적으로 비관할 재료는 되지 않으리라고 믿습니다. 오늘날 세계에 웅비하는 나라 중에서도 정상적 해외무역의 길이 끊기면 곧 해적으로 변한 실례가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
일천 년 전의 을지문덕과 삼백 년 전의 이순신은 그만두고라도 문약의 폐풍이 민족의 고질이 되다시피 한 최근세에 제정 러시아의 남하세력을 흑룡강에서 막아서 만주로 하여금 오늘날의 만주로 만든 사람들이 그 뉘였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청국에서 그 우수한 기술 때문에 요청해 간 삼백 명의 조선 조총사였다고 합니다. 이건 앞날의 만주의 운명과 아울러 생각해 볼 때 재미있는 사료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에 이러한 오점이 찍히었다고 조금도 슬퍼할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흥망이 유수하다는 진부한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역사는 항상 융체와 기복의 연속이어니 우리에겐 이제 오랫동안의 겁운이 물러가고 새로운 희망이 우리를 손짓해 부르지 않습니까. 더욱이 골로브닌의 말을 듣더라도 천성으로 강하고 우수한 민족도 없으려니와 그와 반대로 천성으로 비겁하고 나약한 민족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지도자의 훈련과 교육 여하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 실례로 그는 러시아의 댜뉴브 강변의 어떤 마을이 전에는 한두 사람의 화적이 들어온단 말을 듣고 온마을 사람들이 산중에 피란을 갔었는데 그후 적절한 지도자의 훈련을 받아서 60년 후엔 서구의 침략군에 대해서도 까딱 아니하고 감연히 일어나서 마을을 지켰다고 합니다. 우리들의 장래의 운명도 금후의 훈련과 교육 여하에 있음을 절실히 느끼는 바입니다.조선사람이 해양에 약하다는 말은 도대체 누가 한 말입니까.
개인이거나 국가 민족이거나 향상에의 지향이 무뎌지고 침체 윤락하면 참혹한 구렁에 빠지게 되는 예를 여기서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다시는 그러한 실수가 없도록 다시 마음을 도사리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들은 옛날만 문화적 소질이 높았을 뿐 아니라 최근에도 일본-조선인의 교육에 다년 종사한 일본 심리학계의 태두 구로다 아키라 박사가 자기의 교육 경험과 또 심리학적 실험의 결과로 조선사람이 일본사람보다 훨씬 독창적이라고 하는 것을 나는 직접 들은 일이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들의 체력은 어떠할까요. 그건 손기정 씨가 무엇보다도 단적으로 세계에 입증한 것이니 더 이러니저러니 할 여지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김성칠 교수 일기 1945년 9월 1일~9월 5일김성칠 교수의 일기는 1993년 '역사 앞에서'란 제목으로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1945년 11월 29일자 뒤쪽부터 남아있었는데, 그 앞의 일기가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유물을 보관하고 있던 필자의 아들 김기목 교수(통계학, 전 고려대)가 사라진 줄 알았던 일기를 최근 찾아냈다. 1945년 8월 16일에서 11월 29일(앞쪽)까지 들어 있다. 중앙일보는 이 일기를 매주 토요일 원본 이미지를 곁들여 연재한다. 필자의 다른 아들 김기협 박사(역사학)가 필요한 곳에 간략한 설명을 붙인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새겨야 할, YS의 뼈때리는 한마디[커피로 맛보는 역사, 역사로 배우는 커피] 돌아온 분노와 저항의 시대, 아메리카노와 '썩은 오렌지족'의 추억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부사장의 협박... 이 회사 직원들이 자꾸 죽는 이유[박정훈이 박정훈에게] 민영화와 구조조정, 죽음의 역사 KT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대한민국의 매력대한민국의 지리, 인구, 경제, 문화, 역사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세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하마터면 이 건물에 '대통령 이름' 새겨질 뻔했다[이승만 시대별곡] 이승만의 욕망이 반영된 세종문화회관의 역사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고급 커피에 빠져든 사람들... 불길한 징조였다[커피로 맛보는 역사, 역사로 배우는 커피] 1995년, 커피가 일러준 외환위기의 전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