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산업의 그림자: 무분별한 지하수 취수로 고통받는 마을들, 환경영향조사의 한계, 주민 갈등과 공동체 붕괴. 생수 한 병이 가져오는 인간과 환경의 고통을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시민참여형 공유회 개최.
생수를 사면서 수원지를 꼼꼼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 생수 회사들은 수년 전부터 무라벨, 경량화 등 포장 변화를 통해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생수 회사의 ‘친환경’ 마케팅은 그린워싱 에 불과하다는 것이 환경 단체들의 입장이지만, 이러한 눈속임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무라벨 생수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 수원지 등 상품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생수는 분명 어딘가에서 물을 끌어올려 생산된다. 누군가의 목을 축여주는 생수 한 병의 시작점에는 작은 마을이 있다. 물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있기에, 생수는 깊은 산 속 아무도 모르는 옹달샘이 아닌,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만들어진다. 전국 방방곡곡의 '물 좋은' 마을들에서 생수 공장이 물을 퍼 올리는 동안, 그 마을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여성환경연대 는 생수 공장의 취수로 지하수 고갈 등의 어려움을 겪는 지역을 직접 찾아가 마을 주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생수 산업은 일회용 플라스틱 페트병 문제를 넘어, 마을에서 도시로 새어 나가는 ‘물’의 문제와 직결된다. 오늘 하루 손쉽게 소비하고 버린 생수 한 병, 그 속에 숨겨진 인간과 환경의 고통을 알리고자 한다.\국내 취수량 2위 산청군, 물 부족을 실감하는 주민들\산청군 생수 제조업체 4곳은 지리산 자락에 인접한 삼장면과 시천면에서 지하수를 취수하고 있다. 삼장면 내 생수업체 두 곳은 불과 200m 거리를 두고 있다. 2024년 6월 보도에 따르면, 산청 생수 업체 두 곳이 매일 생산하는 생수량만 각각 600톤, 400톤에 달하며, 공장 가동에 필요한 생활용수를 더하면 하루 1300톤이 넘는 지하수를 사용한다. 인접한 곳에서 여러 업체가 지하수를 취수하면서 생태계에 더 많은 환경적 영향이 초래된다. 그런데 2024년 삼장면에 위치한 B샘물은 기존 일일 600톤에서 600톤을 더 취수하겠다고 증량 허가를 신청했다. 현재 경상남도로부터 임시 허가를 받은 상태다. 이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삼장면에서 생수 생산이 시작된 것은 1996년으로, 지하수 취수가 3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주민들은 그동안 물 부족을 일상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0월 30일 여성환경연대 인터뷰에서 표재호 삼장지하수보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마을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B샘물, C샘물 두 개의 물 공장이 있는데, 2022년 C샘물 증량 시 주민들은 거의 몰랐고, 2024년 B샘물 증량 신청을 늦게 알아 대책위가 꾸려졌습니다. (...) 처음 기업이 들어올 때는 ‘세수에 도움’, ‘일자리 창출’을 내세워 지역에서도 환영했지만, 지금은 기후위기로 주민 인식도 바뀌었고, 지하수 관련 문제가 나타나면서 증량을 막을 순 없어도 늦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반대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처럼, 우물 물이 30년간 줄어들어 지금은 우물이 마르고, 가정용 지하수가 끊겨 폐쇄된 곳이 많습니다. 평생 이 지역에 살아온 어르신들은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마을의 물 부족 현상을 수도 없이 경험했다고 말한다. 마을의 천은 물길이 줄었고, 공동 우물 수위는 낮아졌으며,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나무들은 고사했고, 개인 관정 여러 곳이 말라 폐쇄됐다. 산청에는 감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많다. 감 농민의 관정에서는 흙탕물이 나왔고, 어떤 감나무 밭에서는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는 수도가 방치돼 있었다.\제 역할 못하는 환경영향조사와 낙동강유역환경청\먹는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샘물 개발 관련, 업체가 환경영향조사서를 제출하면 지역환경청이 심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샘물 개발에 대한 최소한의 심의 절차인 환경영향조사가 지하수 고갈을 막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삼장면 내 B샘물과 C샘물이 동시에 지하수를 취수한다면, B샘물 증량 요청 시 C샘물의 영향과 환경영향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환경영향조사는 해당 업체의 단일 취수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책위가 두 공장의 취수량을 합쳐 조사를 요구했지만, 법적 미비로 인해 이뤄지지 않았다. 2024년 7월,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심의 결과, B샘물 취수로 인한 피해와 환경 악영향이 ‘없다’고 통보했다. 주민들은 실제 피해와 상반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더욱이 환경영향심사결과서에는 몇 문장만이 적혀 있었다. 주민들은 결과의 근거조차 알지 못한 채 간략한 문서를 받아들여야 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절차적 한계가 큰 환경영향조사를 더욱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관련 자료를 ‘비공개’ 처리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정혜경 의원이 지적했듯이, 최근 5년간 ‘사업 추진 지장’을 이유로 환경영향평가를 비공개한 41건 중 33건(80%)이 낙동강환경유역청에서 승인한 것이다. 주민들은 물 부족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표재호 위원장은 '우리의 요구는 물이 얼마나 있는지 투명하게 확인하는 것입니다. 물이 충분하다면 주민 의견을 반영해 증량 결정하면 되겠지만, 부족하면 줄여야 합니다. 최소한 그 내용을 우리에게 보여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은 난개발을 유발하여 생태적 재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지난 3월 산청군에서 시작되어 인접 지역으로 확산된 대형 산불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표재호 위원장은 지하수 개발과 산불의 연관성을 설명하며, '지하수 개발이 산림 토양을 건조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낙엽이 쌓여도 물기가 있어 금방 썩었는데, 지금은 썩지 않고 쌓이기만 합니다. 이번 산불도 그 낙엽을 따라 번진 거죠. (산불이 난 곳에서 멀지 않은) 강에 물이 줄어 사막화되면서 풀이 자라고, 마른 풀을 따라 불티가 튀면서 산불이 강을 넘어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생수 기업의 책임 회피와 주민 갈등\표재호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반대 서명지를 보여주며, 마을 내 갈등을 언급했다. 2024년 1월 군수는 ‘삼장면 주민 의견을 따르겠다’고 밝혔고, 3월부터 50일간 삼장면 주민 1782명 중 1167명(65%)이 취수 증량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 이는 지역 실거주 주민의 90%에 달하는 수치다. 대부분의 주민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물 문제에서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모순된 현실이 존재한다. 규제 공백 속에서 행정은 침묵하고, 기업은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 11월, B샘물은 대책위 주민 5명을 ‘업무 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에도, 업체는 다시 3명을 대상으로 항고했다. 이에 대책위는 기업의 압박에 맞서 주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탄원서를 받고 있다. 지역에서 물에 대한 갈등이 반복될 때,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주민이 대책위와 함께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B샘물 입장에 동조하며 공동체 분열이 일어난다. 이러한 갈등은 주민 보호 책임을 회피하는 행정, 영업권을 보장받는 기업, 그리고 관련 규제 미비에 기인한다. 샘물 개발 과정에서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환경영향조사와 주민 의견 수렴 절차 강화, 별도 허가 절차 마련 등 입법적 정비가 시급하다. 여성환경연대는 생수 산업이 취수원 지역에 남기는 문제들을 알리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시민참여형 공유회를 개최한다. 12월 13일(토) 서울 마포구 플랫폼달에서 진행되며, 여성환경연대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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