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하면 짝’ 익숙한 말을 시로...김복희의 『생 마음』

김복희 News

‘쿵 하면 짝’ 익숙한 말을 시로...김복희의 『생 마음』
현대문학생마음시집

이번 시집 『생 마음』(현대문학)에선 도깨비와 호랑이 등 전통 설화 속 존재가 등장한다. '새 인간을 하나 사 왔다 동묘앞 새 시장에서 새 인간을 판다는 소문을 들었다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새처럼 우는 법을 배운 새 인간이'(‘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읽다 보면 인칭과 표현이 뒤섞여 주체의 형상이 모호해지지만, 시인은 그 점을 즐긴다. '(해석·쓰기의 과정에서) 촘촘하지 않고 자유로운 면이 좋아서 시를 쓰는 것 같아요.

2015년 활동을 시작해 어느덧 다섯 번째 시집을 낸 김복희 시인. 사진 현대문학 기자님, 요정을 믿으세요? 없다고 말하면 안 돼요. 요정이 진짜 사라진대요. 21세기 한국에서 이토록 능청스럽게 요정의 존재를 들이미는 사람이 있다.

요정뿐만 아니라 귀신, 영혼, 새, 벌레, 나무…. 시로 온갖 비인간 존재를 호명하는 김복희 시인이다. 다섯 번째 시집 『생 마음』을 낸 그를 최근 서울 성북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복희 시인의 시집 『생 마음』.

사진 현대문학 “보통 사람들은 자라나면서 잊어버리는 존재를, 저는 계속 데리고 살아온 것 같아요. ”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말마따나 그의 시를 읽으면 심심할 틈 없고, 외로울 일 없다. 시인이 현실에 있다고 믿는 여러 존재가 자꾸만 고개를 내밀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 『생 마음』에선 도깨비와 호랑이 등 전통 설화 속 존재가 등장한다. 4부는 아예 요정 얘기만 한다.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희망은 사랑을 한다』의 해설을 쓴 김영임 문학평론가는 이들을 ‘낯선 주체’라고 명명했다. 애초에 첫 시집 제목이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이었다. 이때의 ‘새 인간’은 새로 들인 인간이거나, 새 인간이다.

김복희 시인의 시집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사진 민음사 “새 인간을 하나 사 왔다 동묘앞 새 시장에서 새 인간을 판다는 소문을 들었다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새처럼 우는 법을 배운 새 인간이” 읽다 보면 인칭과 표현이 뒤섞여 주체의 형상이 모호해지지만, 시인은 그 점을 즐긴다.

“ 그림으로는 안 그려봤어요. 사람마다 상상하는 형태가 다 다를 거니까. 정해두지 않으면 더 많이,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이런 마음은 시 쓰기에도 적용된다.

“ 촘촘하지 않고 자유로운 면이 좋아서 시를 쓰는 것 같아요. ”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후로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시인은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희망은 사랑을 한다』, 『스미기에 좋지』, 『보조 영혼』 등을 냈다. 성실히 시를 발표했지만 이렇게 빠른 주기로 새 시집을 발표한 건 처음이다. 시인은 “2024년 현대문학상을 받으면서 시집을 계약했다.

『보조 영혼』 이후 바로 시집을 내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시인은 “기존에 발표한 시들 중에 더 깊이 파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생 마음』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전 시집에서도 ‘착하게 살자’라는 구호를 모티브로 쓴 시와 동요 ‘섬집 아기’, 속담 ‘밥 먹고 누우면 소 된다’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문장을 변주한 시를 썼다. 시인에게 '생 마음'은 어떤 맛일지 물었다.

"피와 비슷한 맛 아닐까요? 비위생적이지만, 어쨌든 내 몸에서 나온. 그런 맛일 것 같네요.

" 사진 현대시 ‘도깨비는 쳐다볼수록 커 보인다’ ‘가을바람의 새털’ ‘목마른 송아지 우물 들여다보듯’ ‘춘향이 집 가리키기’ 등 이번 시집에 실린 서른 여섯편의 시 중 열 편의 제목이 속담이다. ‘가죽을 남김’ ‘쿵 하면 짝’ 등 한국인이라면 관용어로 들어봤을 표현을 제목으로 삼은 시도 있다. “속담은 많은 사람이 동의해서 만들어진, 개성 없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말이 처음 시작됐을 땐 누군가의 욕망이나 강렬한 생각이 있어서 만들어졌을 거예요.

그 욕망이 저와 만나 시가 되는 것 같습니다. ” 그렇게 포착한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질 때, 시인은 ‘아, 이 마음’하고 감탄한다.

“나 지금 오해받은 채 찬물 들어가/긴 장화 신고/고무장갑 끼고/미나리 낫으로 벤다/그런 기분이야/온몸이 차갑고 무거워 끝이 안 나//이런 뜻이 그림자를 지고 따라온다//아 이 마음” 『생 마음』에서 눈에 띄는 글은 2부의 시 ‘환절, 호랑이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기록’이다. 4600자에 달하는 이 글은 장시라고도, 산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모호한 장르의 글이다. 시인은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라고 시작하는 구전을 곱씹다 이 글을 떠올렸다고 했다. 효심이 지극한 사람이 한 스님에게 호랑이 되는 법을 배워 어머니를 위한 음식을 구해 바치다가, 갑자기 인간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 이야기다.

“짐승이 되는 설화에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 나타나 매력적으로 느낍니다. 짐승됨과 인간됨이 같이 있는 모순된 주인공의 마음이, 보통 인간들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호랑이가 고갯마루에 엎드려서 기다리듯, 이 글이 시집의 중간에 있길 바랐어요. ” “익숙함 속 낯선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 제일 재밌다”는 시인은 앞으로도 계속 ‘한눈을 팔’ 예정이다.

“붕 떠 있는 추상의 것들 말고, 우리 삶과 연결되어있으면서도 미처 몰랐던 걸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요. 늘 반쯤 한눈팔며 살아가면 안 될까요? 한눈팔기도 되게 속담같은 관용어네요. ” 최혜리 기자 choi.hy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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