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인문학자’ 서용선 전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의 단종 그림 연합 전시가 강원도 영월 청령포 인근 영월관광센터와 서울의 디스코스 온 아트 성수·도곡, 갤러리밈, 아트 스페이스3, 갤러리JJ 등 6곳에서 열리고 있다. 단종을 그린 지 40년을 맞아 책 『서용선의 단종 그림』 『서용선의 단종 그림, 영월』 『서용선 작업 노트: 사람의 도시』(연립서가)도 나왔다. '그리스부터 르네상스 이후까지 서구 미술에서는 인간과 신, 인간과 사회, 역사, 국가를 소재로 한 미술이 풍부한데 우리는 역사의 깊이에 비해 이에 대한 그림이 별로 없더군요.' 1970년대 이후 추상 미술이 주류를 차지하던 때였다.
화가 서용선 이 22일 서울 효자로 아트 스페이스3에 걸린 ‘ 백성들의 생각 ’ 앞에 섰다.
“역사를 판단하는 건 결국 백성들”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시작은 1986년 7월이었다. 서용선은 강원도 영월의 강가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청령포 가까운 곳이었다.
친구가 말했다.
“여기서 단종이 물에 빠져 죽었다더군. ” 실제로 단종이 익사한 건 아니었지만, 장마로 불어난 푸른 물이 마음에 훅 들어왔다. 거기 사람이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비극의 원형’과도 같은 이미지였다. ‘이런 곳을 찾아내 유배시켰구나. ’ 인간이란 참 잔인하고 부조리하다 싶었다. 그곳 강가에 텐트를 치고 보름을 지냈다.
그때부터였다.
‘소나무’로 1978년 중앙미술대상에서 특선을 한 서용선이 본격적으로 역사 인물화를 그린 것은. 단종에 대한 관심은 이후 동학농민혁명, 일제강점기, 제주 4·3, 6·25 전쟁, 노근리 학살 등 한반도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의 뒤안길에서 이름 없이 스러져간 사람들로 확장됐다.
‘그림 인문학자’ 서용선 전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의 단종 그림 연합 전시가 강원도 영월 청령포 인근 영월관광센터와 서울의 디스코스 온 아트 성수·도곡, 갤러리밈, 아트 스페이스3, 갤러리JJ 등 6곳에서 열리고 있다. 단종을 그린 지 40년을 맞아 책 『서용선의 단종 그림』 『서용선의 단종 그림, 영월』 『서용선 작업 노트: 사람의 도시』도 나왔다. 16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이전인 지난해 봄부터 정영목 서울대 명예교수가 기획했다. 22일 서울 효자로 아트 스페이스3에서 만난 서용선은 40년 전 영월에 갔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인간이 겪는 비극을 주제로 한 10년 깊게 파보자’ 결심했는데, 이렇게 길게 갈 줄은 몰랐죠. ” 16세기 궁궐 유구 아래 자리 잡은 지하 전시장엔 폭 5m 넘는 대작 ‘백성들의 생각’이 걸렸다. 검붉은 얼굴의 이름 모를 백성 스물한 명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서용선은 “역사를 판단하는 건 결국 백성들이니까”라고 설명했다.
단종을 기린 ‘노산군-청령포’ . 16세로 단명한 소년왕, 단종의 사망과 장례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그림도 없다.
“그리스부터 르네상스 이후까지 서구 미술에서는 인간과 신, 인간과 사회, 역사, 국가를 소재로 한 미술이 풍부한데 우리는 역사의 깊이에 비해 이에 대한 그림이 별로 없더군요. ” 1970년대 이후 추상 미술이 주류를 차지하던 때였다. 서용선의 단종 관련 그림은 캔버스화 170점, 드로잉 390여점에 달한다. 이 중 절반 가량이 이번 연합 전시에 나왔다.
그의 그림에 단종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매월당 김시습이다. 다섯 살 때 세종의 부름을 받은 영재였지만, 계유정난 소식을 듣고 보던 책들을 모두 불태운 뒤 머리를 깎고 전국을 유랑했다고 전해진다. 단종의 울분을 대신 품고 기록하고 기억한 자, 김시습은 서용선 자신을 닮았다.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외롭게 자연을 바라보면서 의분을 극복한 천재, 김시습이 선지자 같았습니다. ” 서용선은 한국전쟁 와중이던 1951년 서울 정릉 인근에서 태어났다. 죽음을 많이 보고 자란 유년기였다. 6남매 중 외아들이자 막내였다. 미아리 공동묘지 앞에 천막을 치고 산 도시 빈민이었다.
전쟁 후라 추워서, 먹지 못해서 사람들이 많이도 죽었다. 공동묘지에서 장사 지내고, 이장하는 모습이 흔했다. 다섯 살 때쯤 여동생이 세상을 떠났다. 조그마한 관을 지게에 지고 앞산을 걸어 올라가던 큰외삼촌의 뒷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이미지다.
이름 없이 스러진 이들에 대한 연민의 기억이 오래다. 1986년 가을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로 임용됐지만, 그림을 더 그리고 싶어 2008년 그만뒀다. 이후 뉴욕으로, 전남 신안으로, 진도로, 떠돌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한국의 모든 산천과 유적지에 복잡한 이야기가 서려 있다”고 말한다. 정영목 명예교수는 “서용선의 역사화는 보고 느끼기만 할 게 아니라 읽어야 할 작품”이라며 “국가·이념·전쟁·권력으로 무고하게 희생당한 이들의 실체는 무엇이며, 나아가 국가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그의 그림 속에서 유효하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서용선 작업 서울대 서양화과 단종 화가 서용선 백성들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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