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지식인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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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지식인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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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을 평가하는 사안에 대해 유의하라는 내부 방침이 있습니다.' '응답이 실명으로 기사화되나요 요즘은 좀 조심스러운 시기라서요.' 지난달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짚는 취재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반응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 이 대통령은 '열심히 일해 번 돈에도 근로소득세를 내는데, 주택 양도소득에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며 '서울 강남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사기’ 투기를 확산시키고 집값을 연쇄 폭등시킨 사람들, 이들을 비호하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인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배현정 경제선임기자 “ 정부 정책 을 평가하는 사안에 대해 유의하라는 내부 방침이 있습니다. ” “응답이 실명으로 기사화되나요? 요즘은 좀 조심스러운 시기라서요. ” 지난달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을 짚는 취재 과정에서 전문가 들의 반응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

정책 평가 자체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기류가 역력했다.

‘비호’라는 이분법…사라지는 쓴소리 정책과 현실의 괴리, 전·월세난 심화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정치권의 메시지와 무관치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엑스에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논란과 관련한 기사를 공유하며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열심히 일해 번 돈에도 근로소득세를 내는데, 주택 양도소득에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며 “서울 강남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사기’ 투기를 확산시키고 집값을 연쇄 폭등시킨 사람들, 이들을 비호하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인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잠시 조용하다 싶더니 부동산 투기조장 세력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모양”이라고도 질타했다.

주택 시장 안정은 국가적 과제다. 주거 불안은 결혼과 출산 기피로 이어지며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그러니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나서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정책 논쟁의 영역에 대해 “누가 비호하는가”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는, 언론과 전문가 집단 전반을 압박하는 메시지로 읽힐 여지도 있다.

노암 촘스키는 저서 『지식인의 책임』에서 “전문가의 침묵이 시작되는 순간, 사회는 사실이 아니라 권력이 허용한 서사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쓴소리가 사라질수록 정책은 다양한 정보와 비판적 검증을 거치지 못한 채 제한된 관점에 의존하게 되고, 그 결과 현실과의 괴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시장의 지표는 그 괴리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중앙SUNDAY가 지난 2월 부동산 전문가 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 ‘등록 민간 임대활성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꼽았다.

이어 ‘기금 지원을 통한 민간임대주택 확대’, ‘비아파트 활성화’ 순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임대 공급 물량을 늘리기 위해 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는 실무적 제언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이 대통령은 같은 달 “다주택과 임대 사업을 압박하면 전·월세 부족으로 서민 주거 불안이 심화된다는 주장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 부족의 주요 원인인 다주택과 주택임대사업을 비호하는 기적의 논리”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부가 강남 집값과 다주택자 규제에 집중하는 사이, 불안은 임대차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은 50.8%로 집계됐다.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선 수치다.

전세 물건은 줄고 전세금은 치솟으면서 세입자들이 떠밀리듯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는 “집값에만 정책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작 심각해진 임대차 시장에 대한 대응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불안은 임대차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정부의 선의와는 별개로, 시장의 흐름은 ‘안정’과는 거리가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전월보다 하락했다. 2년 1개월 만의 하락이라지만, 시장의 반응은 씁쓸하다. 서울 하위 20% 아파트값은 올라가고 있어서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서울 하급지 폭등으로 중급지랑 가격을 맞춰서 양극화를 해소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게다가 주춤하던 상급지 집값마저 이달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다시 꿈틀대고 있다. 과연, 다양한 목소리를 제약하는 방식이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정책을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배현정 경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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